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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삼국지(삼국연의)를 읽을 것인가?

참그놈 2021. 11. 23. 10:27

어떤 삼국지(삼국연의 : 이하 소설의 경우 삼국연의로 통일)를 읽은 것인가? 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고 있지만 사실 삼국연의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습니다. 불과 1년 전까지 삼국연의에 등장하는 등장인물 한 20여명, 그리고 청룡언월도, 장팔사모, 방천화극 등 몇 가지 무기 이름 그리고 적벽대전 뭐 그 정도 이름 밖에 모른채 살았으니까요. 하지만, 살면서 청소년용 한 권짜리 삼국연의부터 고우영 삼국연의, 박종화 삼국연의, 이문열 삼국연의 등 그래도 대여섯번은 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침 튀겨가며 삼국연의의 등장인물이나 사건 등을 이야기 하는 것을 보고 왜 저렇게들 칭찬하는지 그 까닭도 모른채 살아왔지요. 그러니 사실 저는 이런 포스트를 쓸만한 자격이 저 스스로 생각해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추천하고 싶은 삼국연의 번역본은 있습니다.

 

제가 추천하는 삼국연의 번역본은 박기봉 역 삼국연의입니다. 박기봉님은 작가도 아니고 출판사를 경영하는 분인데, 제가 박기봉 역 삼국연의를 추천하는 것은 모종강본 한문 삼국연의를 단순 번역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개입이 없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한문 원문도 함께 구성되어 있습니다. 총 12권인데 8권은 번역, 4권은 한문 원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보통의 삼국연의가 10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0권짜리 삼국연의에 한문 원문 제공하는 번역본 없습니다. 한문으로 된 것을 읽기 싫다면 한글로 번역된 것만 읽어도 되는데 다른 번역본 보다 권 수로 2권이 적으니 책값도 조금 적게 들기도 합니다. 상기하실 것은 한문 원문을 그대로 번역했다는 것. 즉, 원본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온라인 서점에서 삼국지 또는 삼국연의로 검색을 하면 숱한 번역본들이 나열됩니다. 박태원, 김구용, 박종화, 황석영, 김구용, 이문열, 장정일 등 이름난 소설가들이나 작가 외에 대학교수가 번역한 판본도 있고 만화로 된 것 등등 숱하게 나와있지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 삼국연의는 이문열 평역 삼국지(삼국연의)로 알고 있습니다. 수능 논술과 관련하여 2000만부 이상 팔렸다고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나, 이문열 삼국연의는 평역입니다. 장정일 삼국연의도 작가의 생각이 많이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종류의 삼국연의들은 삼국연의를 한 두 번 읽은 것이 아니라 삼국연의 전체의 내용을 대략은 꽤고 있어야 볼 수 있는 번역본 아닐까요? 원본 내용을 모르면서 작가의 생각이 가미된 2차 창작된 삼국연의나 평역을 볼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박기봉 역 삼국연의 외에 원본에 가장 가깝게 번역된 삼국연의가 김구용 삼국지연의라고 합니다. 김구용 삼국지연의는 솔출판사에서 발행했다고 하는데 한문 원문에 가장 충실하게 번역되었다고 하더군요. 그 외에 박태원 삼국연의도 최근 다시 발행되었다고 하는데, 소설가 박태원님은 이미 돌아가신 분입니다. 다만 요시카와 에이지가 삼국연의를 번역하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에도 삼국연의를 번역할 수있는 역량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번역하셨다고 합니다. 정통 한학을 익히신 분이 번역한 것이라 번역이 아주 뛰어나다고 합니다.

 

읽어보지도 못한 주제에 추천하는 것이 못마땅 하시거나 괘씸하기도 하겠지만, 제가 추천하는 것은 일단 원본에 가까운 것을 읽어보시라는 뜻입니다. 대체로 삼국연의라는 것이 그 책을 읽고 나서 두 갈래로 갈리게 되는데,

 

1. 에잉 이게 무슨 재미야... 그리고는 헌책방에 팔아버리거나

2. 우와~~ 날밤 새는 줄 모르고 읽었네. 그리고는 이어지는 재미와 감동(?)에 한문 원문도 읽으려 들고 정사 삼국지도 읽으려 들고 다른 번역본도 기웃거리면서 삼국연의 번역본만 수 십권 책꽃이에 꽂혀 있게 되고...

 

뭐 그런 방향으로 나뉩니다.

 

아직 삼국연의를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아서 어떤 삼국연의를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거나 하는 상황이라면, 삼국연의를 한번 읽어보고 재미없다며 구입한 삼국연의를 헌책방에 팔아버리거나, 아니면 열렬한 삼국연의 팬이 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선택의 기로에 선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소위 삼국지라고 불리는 삼국연의 그딴거 안읽어봐도 사는데는 아무 지장 없습니다. 반대로 삼국연의 읽는 재미를 붙이면 사는데 더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많지요. 공부 안하고 삼국연의만 주구장창 읽게 될지도 모르거든요. 물론 그런 분들이 번역본만 또 보지는 않습니다. 한문으로 된 삼국연의, 번체, 간체, 정사 삼국지, 기타 관련된 한문 역사서까지 두루두루 읽으시는 것 같더라고요. 

 

어쨌거나 어떤 삼국연의를 읽어야 할지 몰라서 고민하거나 방황하고 있다면, 한문 원문과 가장 가까운 것을 먼저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네요. 그래도 모르겠다 하시면 그냥 서점으로 달려가서 이것저것 펴 보세요. 서울이면 종로서적, 교보문고, 영풍문고, 부산이면 영광도서, 남포문고 등등 큰 서점들 가시면 여러 가지 삼국연의 번역본들이 꽂혀 있을 것입니다. 만화던 소설이던 아무 것이나 빼서 여러 권 읽어보고 비교해 본 다음 여러분 입맛에 맞는 번역본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뭘 그런 것으로 고민을... 하려니 지방 소도시에 사는 분들은 그런 환경이 안되니 고민이 좀 되기는 하겠네요. ㅡ,.ㅡ

 

만화로 된 삼국연의라면 고우영 만화 삼국연의(책 표지에는 삼국지라고 적혀 있을 것입니다) 추천. 다만 그림체가 좀 무겁기는 합니다. 옛날에는 흑백으로 나왔었는데 최근에 고(故) 고우영 화백 자제분께서 색깔 입혀서 칼라로 된 것도 요즘 나온다고 하더군요.

 

결론.

삼국연의가 처음이라면 원본에 가장 가까운 삼국연의를 읽어보라. (박기봉, 김구용, 박태원 등)

보통의 삼국연의 번역본은 10권인데 박기봉 역 삼국연의는 8권이다. (책 두 권 값을 아낄 수 있다)

모종강 본 한문을 그대로 번역한 것이라 원본에 가깝다.

읽어보고 재밌어서 한문으로 된 원문도 보고 싶다 하면 책을 추가로 4권 구입하면 된다.

 

기타 김구용이나 박태원 삼국연의가 원문에 가깝거나 번역이 뛰어나다고 하지만 한문원문을 제공하는 것이 없다. 그러나, 김구용 삼국지연의나 박태원 삼국연의가 한문 원문에 가장 가깝게 번역했다고 하니 박기봉 역 삼국연의 중 한문본 4권과 호환 가능성은 있다.

 

따라서, 읽어보고 재미없다고 느낄 분들에게는 책 두 권 값을 아낄 수 있고, 반면 재밌다고 환호할 분들에게는 한문 원문까지 대조해가면서 읽어볼 수 있는 박기봉 역 삼국의 추천. (비봉출판사나 박기봉님과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