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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교과서에 I am a dog. I bark ?

참그놈 2022. 5. 20. 12:32

고(故) 신영복 교수께서 쓰신 책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을 6년 전에 구입했는데 이제서야 앞 부분을 읽어보고 있습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우연찮게 읽어보고 그 책 속의 느낌이 차분하게 느껴져서 좋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물론 신영복 교수께는 영어의 세월이기는 했습니다만...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서문에 1960년대의 대한민국 영어 교과서에 대해서 나오네요. 신영복 교수께서 처음 받은 영어교과서에는

 

I am a boy.

You are a girl.

 

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른 영어 교과서에는

I am a dog. I bark.

 

라고 되어 있는 것도 있었다네요. 쇼킹하지 않으세요? 2022년에 읽은 저는 지금도 쇼킹합니다. 유뷰브 영상들 썸네일을 보면 충격적... 이라는 제목이 붙은 것이 많습니다. 경우에 따라 하루에도 열두 번 이상 보게 되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충격적이라는 말 그 보다 더 충격적이네요. 다른 책도 아니고 교과서에 I am a dog. I bark. 라고 예문이 적혀 있었다고 하니까요.

 

해당 내용은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이라는 책에서

 

천지현황(天地玄黃)과 I am a dog

 

이라는 소제목을 두고 동양의 세계관과 서양의 세계관, 그리고 그 정신세계 등을 비교하며 아무리 어학 교재라고 해도 그 차이가 너무 크다며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신영복 교수의 할아버지께서 영어 교과서를 보시고서는 길게 탄식하셨다네요. 신영복 교수의 조부와 같은 분이 요즘 시대에 살고 계셔서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이라는 책을 읽다가 관련 부분을 2022년에 읽게 되더라도 역시 길게 탄식하시리라 추측합니다. 교과서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영향력도 하루나 이틀만 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 사람의 인생 전체를 좌우하지요. 상식 아니겠습니까.

 

대한제국 말기, 갑오개혁이 있었고 갑신정변이 있었습니다. 을사늑약이나 을미사변 등도 있었지요. 신미양요 병인양요 등도 있었는데, 그 때는 대한제국이 아니라 조선왕조 시대였나요? 어쨌거나 개화파와 척화파가 대립했다는 내용을 우리는 배웁니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 교과서 제작의 주도권은 그렇다면 개화파가 잡았겠습니까? 아니면 척화파가 잡았겠습니까? 최소 두 가지 영어 교과서가 동시에 나왔다고 하니 아마도 교과서 마저도 여전히 개화파와 척화파가 대립하고 있었나 봅니다. (1960년대에 영어교과서가 몇 종이나 있었는지 모릅니다)

 

여러분 혹시 공리(公理)라는 말을 아십니까? 중국 배우 공리 말고요. 수학에서 말하는 공리(公理).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꽤 오래되는데, 공리(公理)라는 말을 45살 쯤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피라고라스 정리니 인수분해 공식이니 뭐니 하면서 정리나 공식 이라는 말은 숱하게 들어봤는데 공리(公理)라는 말은 도무지 들어본 기억이 없었지요. 원체 학창시절 수학을 못하기도 했고 수학을 왜 배우나? 싶은 생각도 하고 그랬기 때문에 워낙 열등생이라서 못들어 봤을 수도 있지만, 45살 무렵 공리(公理)라는 말을 알게 되어서 검색을 해 봤더니, 너무 당연한 것이라서 증명할 필요가 없는 것을 공리(公理)라고 한다던가? 그렇게 기억합니다. 공리에서 정리가 파생된다고 하더군요. 정리가 나오고 나면 다시 공식이 유도되고 뭐 그런 과정이 있다고 합니다. 음... 그렇구나! 했습니다. 원체 수학에 열의없이 살았던지라... 처음 알게 된 내용에 그냥 무덤덤했다고 해야 할까요?

 

또 몇 년이 지나서 고(故) 양주동 박사의 몇 어찌(幾何)라는 수필집을 보게 되었습니다. 몇 어찌 라는 수필도 있고 수필집도 있는데, 시중에 돌아다니던 몇 어찌(幾何)의 발췌본을 본 것이 아니라 몇 어찌(幾何) 수필집에서 읽는 것은 제게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몇 어찌(幾何)라는 수필집에는 몇 어찌(幾何)라는 평소 알던 수필에서 볼 수 없던 공리(公理)라는 말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양주동 박사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공리(公理)라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쳤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몇 십년이나 지나서 중고등학교를 다닌 우리는 왜 공리(公理)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되었습니다. 이미 학창시절 다 지났고 공부도 죽어라 안 한 놈이 할 말은 아니지만 지금도 납득이 잘 안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들은 공리(公理)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1990년대 중반까지 대한민국 영어 교육은 일본식 문법 용어와 일본식 교육으로 이어져 오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외국어 학습에서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중에 읽기만을 강조한 영어교육이 진행되었지요. 어떤 일이 계기가 되었는지 갑자기 독해(읽기) 위주의 영어 교습 방식이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를 모두 강조하는 상황으로 돌변했습니다. 그리하여 요즘은 중고등학생들이 영어를 잘 하는 모습을 보게 되기도 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이어지던 그런 방식으로 영어교육이 진행되었다면 지금도 아마 중고등학교 6년 대학 4 해서 10년을 공부해도 영어로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찾아보기 매우 힘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영어는 어떻게 새로운 교습방식으로 전환했다고 하지만 혹시 나머지 과목들은 여전히 일본식 교육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I am a dog. I bark.

 

라는 예문이 1960년대 만들어진 영어 교과서에 있었다고 하지 않습니까. 대한제국 시절 개화파가 있었고 척화파가 있었고 일본이 주창한 대동아공영의 핵심은 양키 고 홈(Yankee go home)! 이기도 하거든요. 대원군의 쇄국정책에 대해서도 교과서에서 배우잖아요. 교과서는 함부로 함부로 바뀌지 않는다고 했지요? 아시다시피 일본이 조선을 강제병합 하던 시기 조선은 거지떼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어디를 가나 거지같은 것들만 그득하던 시절이었지요. 지금도 일본의 경제력은 대한민국보다 몇 배나 우위에 있습니다. 2차 대전에서 일본은 나가사키 히로시마에 원폭을 맞습니다. 그리고 1960년대에는 일본은 대한민국보다 훨씬 부자 정도가 아니라 세계적인 경제대국이었습니다. 미국을 개같이 보라고, 영어를 배우면 개새끼가 되는 것이다 라는 인상을 심으려 한 것이 아니냐는 그런 의혹이 드네요.

 

한국 근대사에서 해방 후 대한민국 정부가 들어섰지만 반민특위에 실패합니다. 친일 부역자들이 기득권자가 되지요. 그래서 여전히 토착왜구라는 말이 있기도 합니다만, 저는 누가 토착왜구인지 뭐 그런 것은 잘 모릅니다. 다만, 이인직의 혈의 누를 신소설의 효시라고 가르친다거나 국사교과서가 왜곡되었다는 비판이나 그런 것이 현재에도 있으므로 척화파의 주장이나 대동아공영은 여전히 실현되고 있는 것은 아니냐? 하는 것입니다. 즉,

Yankee go home!

 

을 우리는 배우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실제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 박사학위를 따 와도 대한민국에서는 별로 환영을 받지 못한다는 말이 비일비재하기도 하지 않습니까.

 

일본이 대한민국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반대하고 훼방해 왔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상식입니다. 경제 뿐만 아니라 국방 등등 할 것 없이 사사건건 태클을 걸었지요. 얼마 전에는 무역제재도 하지 않았습니까.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반면, 일본은 세계 5위의 군사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해군력은 아시아 제일이고요. 문제는 일본이 전쟁가능한 보통국가가 아니라서 극동 아시아에 문제가 생기면 미국이 개발에 땀나듯 뛰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쓴 다른 포스트에 일본이 미군(U.S. Army)을 용병처럼 부려먹고 있다고 쓴 것이 있는데, 대한민국 영어 교과서 - 60여년 전이지만 - 에 I am a dog. I bark. 라는 예문이 있었다는 것은 진정 충격이네요. 교과서는 아무나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하루 이틀 만에 뚝딱하고 만들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일본은 미국에 맺힌 원한이 있다지만 - 2차 대전의 가장 큰 피해자가 바로 일본 아니겠습니까(?), 일본의 주장대로라면...  - 대한민국까지 Yankee go home!을 외치고 있었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한국에 파견되었던 미군들이 저지른 범죄로 미국이나 미군에 대한 반감이 거세던 때도 있었다지만 625에 미군이 참전하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사회를 이룩할 수 있었겠습니까? 물론 그 배경에는 국제적인 이해관계 뭐 그런 것도 있었겠지만 저는 무식해서 그런 것까지 자세히 알지는 못하기는 합니다.

 

이덕일 박사가 식민사학을 비판하면서 그 뿌리가 깊다는 것에 새삼 놀란다면서 말씀을 하시더군요. 이덕일 박사는 역사를 전공하고 학위라도 있지만 저는 그냥 동네에서 막노동 하는 놈에 불과합니다. 막노동 하는 놈의 눈에도 무려 60여년 전이기도 하고 제가 태어나기도 전일 수도 있지만 대한민국 영어교과서가

 

I am a dog. I bark.

 

이라는 예문으로 시작했다는 것은 진정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