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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을 읽고...

참그놈 2022. 5. 27. 02:00

고(故) 신영복 교수의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을 조금 전에 다 읽었습니다. 읽는데 일주일 정도가 걸렸네요. 구입은 6년 전 쯤에 했습니다. 6년을 묶힌 것은 몸이 아파서 책을 보고 싶은 만큼 보지 못하는 상황이라서 그랬습니다. 신영복 교수의 담론 역시 비슷한 시기에 구입을 했지만 앞부분 얼마를 보다가 결국 덮어 놓았었습니다. 몸이 아프니 책을 보기가 힘들더군요.

 

유튜브 영상을 보다 보니 신영복 교수의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이라는 책을 소개하는 것이 있어서 보다 보니, 책을 사 둔 것이 기억나서 꺼내 읽었습니다. 최근에 몸이 좀 나아지기도 했거든요. 책을 읽다가 생각한 것인데, 책을 구입한 6년 전 쯤에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이라는 책을 읽었다면 그 때 이해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혹시나 해서 책이 언제 출간되었는가 싶어 확인해 봤더니 2004년에 초판이 나와 있었습니다. 그 때 만약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이라는 책을 읽었다면 그 때는 또 이해할 수 있었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아무래도 저는 상품사회를 살았으므로...

 

저는 신영복 교수의 열렬한 팬이라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30여년 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우연히 읽어보고 글 속에서 느껴지는 차분함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이 좋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엽서" 라는 책이 나왔을 때 포함된 삽화를 보기도 하고 신영복 교수가 통혁당 사건으로 수감되었다는 신영복 교수에 관한 단편적인 내용을 알게 되기는 했습니다만, 저는 그냥 신영복 선생의 글이나 글씨가 좋았습니다.

 

경제학을 전공하셨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어릴 적 할아버지께 한문을 배운 적이 있지만 강의 라는 책에서도 소개하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동양고전을 읽기 시작한 것은 수감생활로 인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고 나무야 나무야를 읽고 더불어 숲도 읽어봤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책의 제자 라고 하나요? 글씨가 좋고 차분하게 느껴지는 글이 좋았는데,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이라는 책을 읽어 보고서는 의외라는 생각도 들고 명저(名著)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네요.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것 중에 하나는...

 

한글로 쓰여진 우리 시대의 논어

 

라는 것이었습니다. 책을 많이 읽은 것도 아니면서 오만방자한 평가가 아닌가? 생각도 해 보지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으면서 느꼈던 그런 감성적인 느낌에서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이라는 책은 제게는 일종의 비약이었습니다. 상상조차 못했던.... 강 건너 불구경 한다는 말처럼, 박종철 이한열 형들이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고 헌신했듯 많은 분들이 최전선에 나섰던 일들이 있는데, 그런 것이 저 자신의 체험이 아니다보니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이 나오게 된 과정은 모르는 채 그저 글에서 느껴지는 정서적인 것만 좋아하다가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이라는 책을 보고서는 바다와 같은 고뇌를 보게 되었다고 할까요.

 

 

저는 3류 인생도 아니고 하류인생을 살았습니다. 갑자기 안습 상태가 되네요. 누군가는 고뇌하고 실천하는 삶을 살다가 장기간의 수형생활 끝에 그 편지들을 모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을 냈는데, 그것도 지인들이 뜻을 모아서, 멋모르고 정신없이 살면서 아무 것도 모른채 그저 글에서 느껴지는 정서만을 좇다가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이라는 책을 읽고서는 저 자신이 벌레처럼 살고 있구나 싶기도 하고 그러네요.

 

 

제가 읽어 본 몇 안 되는 책 중에 진정 읽어야 할 명저(名著)라고 생각하지만, 함부로 누군가에게 권하지도 못하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개혁의지의 끝없는 좌절로 점철되어 있는 역사의 대하(大河)라는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책 마지막 부분에 하신 말씀 때문이기도 합니다. 무기징역 선고를 받고 장기간의 수형 생활을 하셨지만, 그리하여 신영복 교수의 부모님이나 형제, 친지, 지인 분들은 마음 졸이며 살아오셨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그럼에도 함께 고뇌할 수 있었다는 그런 시절이 있어서 오히려 행복한 분들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코인 주식 부동산 이러면서 요즘은 더욱 정신없는 세상이지 않습니까. 세상이 이 지경이 되기 전에 미리 알아버렸기 때문에 당한 고초일 수도 있고요. 선지자는 고향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살면서 제가 읽어 본 몇 안 되는 책들 중에 명작이나 대저 또는 명저라고 생각하는 책들이 몇 권 있습니다. 시골 촌놈의 평가이므로, 게다가 하류 인생만 살아서 저는 고상한 이야기는 모르기도 합니다, 뭐 별 의미는 없겠지만, 제가 읽은 책들 중에서는 명저(名著)라고 생각되네요. 초판이 나온 것은 2004년이지만, 하느님이 지으신 중에 뱀이 가장 간교하듯, 자본주의 시스템이 갖은 방면으로 시장조사를 하고 소비자의 의견을 수집하고 분석하면서 인성을 무력화 시키려는 시도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도 하고 네트웤의 발달로 인성이 무력화 되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기도 하고... 그리하여, 우리 시대의 명저(名著)라고 생각하면서도 읽으라 권하기 힘든 책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나마 몹시도 다행으로 생각하는 것은 제가 구입한 것이 초판 49쇄라는 것입니다. 1쇄에 몇 부나 찍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책을 구입한 지 6년여가 지났으니 더 많은 분들이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을 읽지 않으셨겠습니까.

 

 

제가 이해한 것이 맞는지 모르지만, 신영복 교수의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이라는 책은 동양고전을 소개하려는 책이 아닙니다. 물론, 동양고전을 소개하는 역할도 충실히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세상에 누가 유가 13경을 다 읽습니까. 노자, 장자, 묵자, 순자, 한비자, 열자 외에도 귀곡자, 한비자, 손자, 오자 등등 동양 고전은 방대하기가 바다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 와중에 근대의식과 자본주의까지 언급을 하십니다. 이는 구안와사 병자를 치료할 때 입이 돌아간 반대편에 침을 놓듯, 동양 고전을 통해서 서구의 사상을 함께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까닭으로 명저라고 생각하면서도 권하기 힘든 책으로 생각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미 신영복 교수 당신께서 그 모든 서적들을 두루 섭렵하신 후 그 골자를 압축한 것으로도 이해가 됩니다. 그런 까닭으로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는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