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신영복 교수의 강의 : 나의 고전독법 이라는 책에는 시경(詩經)의 시를 인용하며 본문이 시작됩니다. 책에서 처음 인용되는 시가 시경 국풍 주남의 여분(汝墳)이라는 시입니다. 여분이라는 시를 설명하면서 이별시의 대표라면서 고려시대 정지상의 송인(送人)을 함께 소개합니다. 중국 사신들이 올 때면 부벽루에 걸린 한시 현판을 모두 걷어들이지만 정지상의 송인(送人) 만큼은 걸어두었다면서 우리나라 시의 자존심이었다는 말씀도 하셨네요. 웬지 내용 전개상 좀 생뚱맞은 말씀처럼 느껴져서... 이게 무슨 말씀이냐?... 싶어 여분(汝墳)이라는 시와 송인(送人)이라는 시의 글자들을 찾아보면서 짱구를 굴려봤습니다. 두 시는 각각 아래와 같습니다.
汝墳
遵彼汝墳 伐其條枚 未見君子 惄如調飢
遵彼汝墳 伐其條肄 旣見君子 不我遐棄
魴魚頳尾 王室如燬 雖則如燬 父母孔邇
送人
雨歇長提草色多(우헐장제초색다)
送君南浦動悲歌(송군남포동비가)
大同江水何時盡(대동강수하시진)
別淚年年添綠波(별루년년첨록파)
혹시 차이점이 보이세요? 해석을 생략했는데, 한시(漢詩)는 번역이나 해석한 것을 보고는 이해가 불가능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해석은 생략했고요. 포스트 쓰고 있는 저도 예전에 본 적 없는 시들이라 낯설기는 포스트를 쓰고 있는 저나 읽는 분이나 마찬가지인데 읽는 분들 중에는 신영복 교수께서 정지상의 송인을 왜 우리나라 시의 자존심이라고 했는지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요.
여분(汝墳)이라는 시를 이해하는 데는 아래 글자나 단어들이 키 포인트일까요?
遵彼汝墳 枚 未見君子 惄如調飢 肄 旣見君子
枚나 肄는 똑 같이 나뭇가지인데, 枚는 작년 또는 그 이전에 난 가지이고 肄는 새로 난 가지입니다. 그것으로 해가 바뀌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枚나 肄라는 글자를 쓴 것이 그 기간이 반드시 1년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몇 년간 枚만 꺾었을 지도 모르지요. 시(詩) 라는 것이 함축적이고 압축적이라고 그러잖습니까. 게다가 肄 라는 글자에는 새로 난 가지 라는 뜻 외에 효수되어 있는 목 이라는 뜻도 있더군요. 님을 기다리다 목이 빠져버린... 그런 거 이해되시나요? 우리나라에는 망부석 전설이 있는데... 그러나, 해석에서는 枚나 肄 두 글자 모두를 그냥 나뭇가지라고 해석을 했습니다. 그러니 한글로 해석 또는 번역한 한시(漢詩)는 이해나 공감이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1년인지 2년인지 그도 아니면 몇 년 동안 목이 빠지도록 기다린 님을 이제 만났습니다(旣見君子), 정지상의 송인(送人)이라는 시와 대조하면, 송인(送人) 이라는 시(詩)에서는 님을 보내야 하고 만나지 못하잖아요. 만나지 못한다는 이유로... 그래서 이게 우리나라 시의 자존심인거야? 라고 생각을 하다가... 엉? 그게 아닌가? 이게 혹시 그런 뜻인가? 하는... 그래서 우리나라 시(詩)의 자존심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이 그 때문인가? 하고 짐작되는 부분은 있는데, 공부와는 담쌓고 살던 평범한 서민의 짐작이므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생략합니다.
옛날 우리나라를 다녀간 중국 사신들이 보는 눈이 있었다면 송인(送人)이라는 시를 보고서는 뜨끔했을 수도 있고, 그런 안목이나 식견이 없었다면 그냥 흰 건 종이고 검은 것은 글씨라고 그냥 시(詩) 한 수 보고 갔을 것이고 뭐 그렇지요. 조선왕조를 다룬 역사 드라마에서 중국의 사신들이 오만방자했다는 식으로 많이 그려지는데, 송인(送人)이라는 시가 말하는 것을 알아보고 생짜를 부렸는지 아니면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른 채 중국(中國) 황제의 칙서를 믿고서는 뻣댔는지도 모르지요. 저 자신이 짐작하는 것이 맞다고 할 때 그렇다는 말입니다.
저는 정지상이라는 이름은 어찌 책을 보다 알고 있었지만 송인(送人)이라는 시가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게 어쩌다 동양고전을 읽어보겠답시고 논어도 몇 일 폈다가 덮기도 하고 맹자도 몇 번 폈다가 덮었다가 하기도 했고 그래가지고서는 도통 기억나는 것은 없는데, 위 시를 짐작 뿐인 이해이기는 하지만 그나마 이해하는데 있어서, 예전에 예기(禮記)를 부분이나마 읽어본 것이 도움이 됐습니다. 그게 어느 편인지는 기억이 안나네요. 제가 짐작하는 것이 맞다고 한다면, 정지상의 송인(送人)이라는 시(詩)는 참으로 서럽고 한스러운 내용이 되는데... 젠장할 그 놈의 눈물을 얼마나 더 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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