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단고기 읽기

환단고기의 오류? 의문점? 1

참그놈 2022. 6. 3. 21:12

환단고기가 처음 등장한 지 40년이 넘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진서냐 위서냐의 논쟁이 마무리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1990년대 중반에 임승국 한단고기를 1/3쯤 읽어보고 흥분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그랬지만, 학교에서 배운 역사와 너무 괴리가 컸기 때문에 20년 넘도록 환단고기나 기타 대륙삼국설에 관한 책 등은 외면한 채 보려고도 하지 않았었습니다. 20여년 간 환단고기를 직접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인터넷 상에서 논쟁이 되는 것은 알고 있었고, 환단고기 책은 읽고 있지 않았지만 인터넷 상의 토론과 논쟁은 종종 보기는 했습니다. 그 와중에 천부경이나 참전계경, 환단고기 등의 전래 경위 등에 대해서도 볼 수 있었고 그래서 그냥 희안한 책이라고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몇 년 전에 한국사, 그들이 숨긴 진실 이라는 이덕일 박사의 책을 보고 난 이후 몇 권 책을 읽어보고서는 그제서야 다시 환단고기를 구입했는데, 미심쩍은 가운데 가난한 늙은 노인이 혼자서 위서를 쓸 만한 그런 능력이 있었을지, 또 1980년 경에 환단고기가 처음 나왔는데 당시의 교통이나 통신 설비 등을 감안하며 위서라고 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기는 하지만, 의아한 것이 전혀 없지는 않은데, 바로 고구려본기입니다.

 

강조를 위해서 크게 한 번 표시하겠습니다.

 

환단고기 고구려본기는 수상하다.

 

환단고기에는 환국에 대해서는 년대불가고야(한자 생략) 라고 해서 년대를 표시하지 않지만 혁서 고시리 주우양 환인 등에 대한 계보는 모두 표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시역대기에는 환웅천왕들에 대한 계보 뿐만 아니라 재위년수와 수명 등에 대해서 모두 기록되어 있습니다. 단군세기에도 47분의 계보와 년대를 모두 표시하고 있고, 북부여기 뿐만 아니라 마한세가 번한세가 할 것 없이 모두 그 계보를 적고 있는데, 유독 고구려본기는 그 계보가 온전치 못합니다.

 

고구려본기는 계보가 불분명하다.

 

계보만 불분명한 것이 아닙니다. 고구려 본기(本紀)에 을지문덕이나 을파소, 연개소문 등이 왜 등장합니까? 본기(本紀)는 제왕들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인데 본기(本紀)의 형식에 어긋납니다. 아닌가요? 기전체는 본기 세가 지 서 지리 열전 등으로 구성하지 않습니까. 본기(本紀)라고 해 놓고서는 을지문덕에 을파소에 연개소문은 등장하면 안되는 것이잖아요. 고구려본기에는 백제 이야기도 있습니다. 백제나 신라가 고구려의 속국이어서 그렇게 포함이 된 것일까요? 그렇다면 세가로 써야하지 않나요? 무슨 열제, 태왕 그러면서 제왕의 계보나 역사가 아닌 을지문덕, 을파소, 연개소문 등이 포함된 것은 민중사(民衆史)라는 말인가요? 재상은 그 나라 백성들 중에 가장 뛰어난 사람이지 않겠습니까.

 

하긴 사마천 사기는 진시황본기, 한무제 본기, 한경제 본기 이런식으로 쓰고 한본기(漢本紀)라고 쓰지는 않았지요. 그런 차이가 있기는 한데, 희안하게 환국부터 신시, 단군조선, 북부여 이부여 저부여 마한변한 발해까지 다 계보가 있는데, 고구려본기만 그 계보가 온전치 못한 것은 상당한 의문이네요. 그리고서는 고토회복이라는 다물(多勿) 사상은 강조되어 있는 것 같고...

 

 

저는 환단고기가 위서라고 생각지는 않지만 우리 역사를 정확하게 확실히 전달하는 책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교차검증이 안되는 책이니까요. 환단고기 내용 중에 교차 검증 가능한 내용이 몇 %나 됩니까. 이미 알려져 있는 을지문덕, 연개소문, 을파소 등을 제외하면, 그리고 발해나 고려를 제외하면 거의 없지 않나요? 오히려 청소년이나 청년들이 환단고기를 잃고 허파에 바람이 들까봐 그게 더 걱정이네요. 역사에 관심이 생겨서 역사 관련 서적을 보면 환단고기류의 역사서는 교차검증 되지도 않는 내용을 주장하는데 그럴 듯하고 - 즉, 사실로 밝혀지는 것은 거의 없는데 멋져부러! - 국사교과서가 가르치는 내용은 평범한 서민이 봐도 희안하게 구성이 되어 있고...

 

저도 중고등학교 다녔어요. 열등생이긴 했는데 학창시절에는 뭘 알아요. 놀기 바쁘고 시험 친다면 벼락치기로 하루나 이틀 외워서 시험보고 그랬던 기억이 있는데, 나이 들어서 역사가 왜곡되었다는 비판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고 이책 저책 봐가면서 생각을 좀 해 봤더니 대한민국 국사교과서가 평범한 서민이 봐도 희안한 교과서라고 생각이 되더만요. 엉터리 역사책으로 국사를 배웠다가 국사교과서가 가르쳐 주지 않는 그럴듯한 새로운 역사를 접하게 되면서 생기는 괴리감... 국사교과서는 어떻게 하면 더 오그러뜨리고 찌그러뜨릴 수 있을까를 강조하는 듯 하더라고요. 수렴과 발산인가? ㅡ,.ㅡ

 

어떻게 하면 한국사를 한강 이남으로 수렴시킬 것인가?

어떻게 하면 한국사를 한강을 넘어 만주 밖으로까지 발산시킬 것인가?

 

그럼 땅따먹기 되나요?

제길...  땅따먹기가 무슨 역사야? ㅡ,.ㅡ

땅따먹기가 역사에요? 역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땅따먹기도 일어나고 그러기도 했지만 땅따먹기 하려고 역사를 기록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하긴 무식하던 시절에 땅따먹기 하던 꽤 기나긴 시절도 있기는 했었지요.

 

 

혹시나 역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그리하여 환단고기를 읽으려 하시는 분들이라면, 교차검증이라는 말을 분명히 기억하고 읽으시기들 바랍니다.

 

환단고기에 기록된 내용들 중에 고구려본기 이하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교차검증이 안된다

 

누군가 역사라고 주장해도 교차검증이 안되면 꽝이지요. 정확성 여부를 떠나서 객관적인 역사라고 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