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단고기 뿐만 아니라 우리 역사에 관한 책 등을 보다 보면
동방초무군장(東方初無君長) - 동방에 처음에 군장이 없었다
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 부분을 볼 때마다 고대 중국에 요임금이 있던 시기라는 것을 함께 연상을 했다고 할까요? 즉, "서토라고 하는 중국에는 군장이 있었는데 동이족은 군장이 그 때까지 없었다" 라는 식으로 이해를 했었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저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서경 순전에 사근동후(東后) 라는 구가 나온다는데, 后는 존칭의 의미이고 중국 중심의 역사 기술에서 묘한 글자가 됩니다. 예전에 윤내현 교수의 고조선 연구에도 시경 한혁 편을 예로 들면서 한후(韓后) 라는 단어가 나오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중국은 왕, 공후백자남, 공경대부 등등 신분이나 계급에 따라 모두 그 신분과 지위를 짐작할 수 있는 글자들로 구분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동후(東后)나 한후(韓后)와 같은 중국 질서에 포함되지 않는 귀인이 등장하는 것입니다.
실상 삼황오제도 중국에서는 전설로 치는 임금들입니다. 그러나, 부도지 등을 보시면 순임금이 단군조선의 제후국이라고 되어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동방초무군장(東方初無君長)은 서토 라는 중국의 의식하고 쓴 구절이 아닐 수도 있지는 않나 하는 것입니다. 동방초무군장(東方初無君長)을 읽으면서 요나 순 임금을 연상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뜻입니다. 단재 신채호의 조선상고사를 보면 아와 비아의 투쟁을 언급하는데, 비아가 있고 나서 아가 생겨난다고 했으니 그런 차원이라면 또 이야기가 달라지기도 하지만...
우리는 중국을 생각할 때 진시황이나 한고조 또는 한무제 등을 생각하면서 중앙집권적인 왕조를 연상하지만, 주나라시대나 춘추전국시대는 중앙집권적인 국가가 아니라 연방국가에 가까웠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봉건제도라는 형태였지만, 자기 혈족이나 공신들에게만 작호를 내린 것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서 요나 순 임금 때에는 그런 연방체의 성격 역시 주나라 당시보다는 느슨한 것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사마천 사기에 관한 책을 읽다가 그런 내용을 본 것이 있는데, 가령, 김부식 삼국사(삼국사기)를 읽어 보면 신라에는 초기에 육촌이 있었다고 나옵니다. 중국의 요임금 때에도 초기 신라처럼 고대 중국 역시 촌락 공동체로서 구성되어 있어서 마을마다 돌아가며 대표(왕)를 정했다는 식으로 설명되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 것을 보면 동방초무군장(東方初無君長)이라는 말이 보다 체계적인 국가형태가 성립한 것임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는데, 후대에 중국이 세가 강해지면서 동방과 서방을 구분하는 것처럼 기술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지요.
어쨌거나 촌락들이 모여서 왕을 뽑는 것을 후대에 지어진 천자문에서는 추위양국 유우도당(한자 생략)이라는 구로 아름다운 이야기로 치장되어 있기도 합니다. 아마존이나 동남아 오지 등에 사는 부족들이 전쟁을 하면 얼마나 자주 하고 권력에 대한 암투는 또 얼마나 심하겠습니까? 어쩌면 원시공산제 수준에서 벗어났지만 보다 큰 조직체로 성장하지 못한 것을 후대의 시각으로 미화시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반면, 동방초무군장(東方初無君長)은 내용을 달리 생각해야지요. 부루 태자나, 창수사자 등 중국의 홍수를 해결할 수 있는 금간옥첩 등의 내용이 중국 사서에 기록되어 있다고 하니까요. 뭐 환단고기 뿐만 아니라 부도지, 규원사화 등이 모조리 대한민국 역사학계에서는 위서나 금서 등으로 취급되고 있다고 하니 일개 서민이 우리 역사에 관해 짬짬이 이것저것 보던 중에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에 몇 자 끄적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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