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주완역 논어집주대전 21쪽에 이르니 본문이 시작되네요. 제가 구입한 책은 해제가 짧이서 좋더군요. ^^;; 해제를 요약하면
호광이 명대 초반 관학의 확립 과정에서 중요 역할을 담당했다.
예사의(사람 이름)의 논어집석이 사서대전 편찬의 기본 참고주석서였다.
명 영락제 이전의 모든 주석들을 망하했기 때문에 대전(大全)이라고 불린다.
명나라 영락제 이후에는 주석을 단 사람이 없을까요? 그건 궁금하네요.
어쨌거나 모두 아시다시피 논어의 첫 문장은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입니다. 다른 포스트에도 쓴 것이 있지만, 저는 논어의 첫 문장이 무슨 뜻인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문자적으로야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않겠는가(않은가)?" 로 해석이 되지만, 무엇을 배우라고 하는지 그 구체적 대상이 없습니다. 가장 일반적(General)인 말이기 때문에 어쩌면 2500년이 넘는 시공을 뛰어넘어 지금도 숱한 해설서가 나오는 까닭이기도 하겠지요. 부처님의 사상이 공(空)이라는데 무려 팔만사천 경문이 있다지 않습니까.
제가 가지고 있는 논어 해설서가 논어집주대전 외에 다른 것도 있는데, 세주완역 논어집주대전에는 다른 논어 해설서에서 안보이던 구절이 있네요. 바로 아래 구절입니다.
學之爲言效也. 人性皆善而覺有先後, 後覺者必效先覺之所爲, 乃可以明善而復其初也.
밑줄 그은 부분은 "선(善)을 밝혀 처음으로 되돌아간다"는 뜻입니다. 어쩌다 세주완역 논어집주대전처럼 주석이 다 있는 대학(大學) 해설서를 읽어 본 적이 있는데, 위 내용을 보고서야 일관성 있는 해석을 보는 것 같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논어 해설서들에는 明善而復其初也에 관한 설명이 있는 것은 없습니다. 예를 들면,
1.
먼저 깨달은 사람에게서 배우고, 그 배운 것을 되풀이 하여 익히고 행하는 동안에 자기도 모르게 기쁨을 느끼게 된다. 아마 이것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기가 몰랐던 것을 다른 사람에게서 배워 그 배운 것을 완전히 깨닫게 될 때에는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
- 청출어람이나 온고지신 또는 법고창신이라는 말은 왜 있습니까? 후학들에게 전혀 발전의 여지가 없는 해설 아닌가요? 다른 사람은 먼저 깨달은 사람을 말하는 것일텐데, 서로 간에 가르치고 배우고 뭐 그럴 수 있지요. 대용(代用)의 문제 - 대명사 말고 대용이라는 것도 있답니다 - 로 생각할 수 있기는 한데, "다른 사람"이라고 쓴 것이 생뚱맞더군요.
2.
학(學)은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을 겸허한 자세로 본받아 배우는 것이다. 자연과학적 진리를 탐구하여 도를 인식하고, 인문과학적 성리(性理)를 함양하여 덕을 깨달으며, 사회과학적 윤리를 밝혀서 예를 아는 것이니, 이러한 공부를 성학(聖學), 도학(道學), 유학(儒學)이라고 한다.
공자의 사상은 요순의 도덕정치와 하은주의 예악문화를 집대성하여 그 제자들에게 군자의 말과 행실을 배우도록 가르쳤으니 도덕예절을 배우는 공부는 논어 전체에 관통하는 유학의 기본주제이다.
학습에 전념하는 기쁨과 윤리생활의 즐거움과 도덕군자의 지극한 성실성을 기술하였으니 학습의 기쁨을 설파하였다. 배움에는 소학과 대학이 있으니 소학은 예악사어서수 6예이니 예절과 음악은 문과이고 활쏘기 말타기는 무과이며, 글쓰기와 수학은 잡과인데, 예로부터 국가에서 제도교육으로 가르쳤다.
대학의 고급교육과목은 시서예악역 춘추의 6예로 문학, 도덕학, 사학, 정치학인데, 예로부터 국가에서 제도교육으로 가르쳤던 내용을 공자가 간추려 엮어 6경을 편집하여 3000제자들에게 직접 가르쳐 10철 72현을 길렀다.
시(時)는 일상생활 속에서 시간을 내는 것이고 습(習)은 반복하여 익히며 생활화하는 것이니 새가 날개짓을 반복하다가 마침내 하늘로 날아오르듯이 사람도 배운 지식을 반복하여 익히면 점점 익숙하게 능통하여 학자(學者)가 되는 것이다. 열(說)은 열(悅)이니 마음 속으로 희열을 느끼는 것인즉, 성인(聖人)이 가르친 도덕과 예절의 진실하고 착하고 아름다움을 마음 속으로 깨달아 체득하면 스스로 신명이 나서 그만 둘 수 없는 것이다.
- 이 해설을 보다가 너무 휘양찬란해서, 그리고 중국의 제도나 전통이 지금도 유효하고 적절하다는 듯한... 완전 유학자의 해설다운 그런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앞에서 논어가 지금도 통용되는 것은 무엇을 배우라고 하는지 구체적인 대상이 없다는 것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는데, 해설은 매우 화려하고 현란하지만, 고대 중국의 제도나 전통이 지금도 유효하다는 듯한 해설은 지금의 현실적 사정과는 도무지 맞지 않는 내용으로 이해됩니다.
3.
공자는 전쟁과 혼돈에 빠진 천하를 문인정치로써 바로잡고자 했다. 이들 문인은 군자들이다. 따라서 군자는 인간의 문화를 습득하고 계승하고 발전시킬 의무가 있다. 학문은 바로 그 기초가 되는 것이다. 학문으로 수신하고 수덕하고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하여 세계평화와 인류 행복을 구현시켜야 할 군자들은 동지애로 뭉치고 서로 학문 정치를 토론해야 한다.
- 공자의 생애를 대충이라도 알면 공자가 사구(司寇) 벼슬을 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 실패했잖습니까. 중국 전역을 떠돌다가 그냥 죽었어요. 아무도 듣지 않는 말만 했다는 말이지요. 그나마 공자의 가르침이 전해진 것은 공자의 제자 중 자공이 소위 요즘 기준으로 재벌이어서 공자의 어록이나 가르침들을 전파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공자가 문인정치를 하려고 했는지에 대해서는 모르겠네요.
군자는 인간의 문화를 습득하고 계승하고 발전시킬 의무가 있다고 해설했는데, "인간" 이라면 그 범위가 너무 넓은 거 아닌가요? 논어가 유래한 중국이나 인도, 미국, 영국 프랑스, 대한민국... 전 세계의 문화를 습득하고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의무다? 바야흐로 세계화 시대라는 말이 있으니 천하의 개념이 중국에서 전 세계로 확장된 것은 뭐 그렇다치더라도 좀 황당하네요.
어쨌거나 제가 가지고 있는 해설서들에서는 위와 같이 설명하고 있는데, 어느 해설서에도 명선이복기성초야(明善而復其初也.) 에 관련된 해설은 없습니다.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라는 문장에는 무엇을 배우라는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데 주석에서는 그나마 구체화 된 듯하네요.
625가 끝나고 대한민국은 부단한 학습(學習)의 시기를 거쳤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계속 개발되어 나오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욱 부단하게 학습을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625 이후 지금까지 아마 논어가 쭉 권장도서였을지도 모릅니다. 제 기억으로 30여년 전부터 논어가 권장도서에서 빠져 있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배우고 때로 익히는 것이 기쁨이기만 할까요? 그렇다면 유서를 남기고 죽음을 택한 학생들은 왜 생겼나요. 하긴, 중고등학교 교과목에 논어가 없기는 합니다. 하지만, 수 십년을 논어가 권장도서인 나라라면 논어가 거의 국민독본 수준이라는 말이나 다름없을텐데 뉴스나 신문을 보면 우리 사회의 모습이 논어가 지향하는 사회인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으세요. 해석을 보면 아주 간단한 말이잖아요.
배우고 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
진리는 복잡한 것이 아니라고 하는데, 제가 읽었던 해설들이 복잡해서 그랬는지, 도무지 뭘 배우라는 말인지 여전히 이해가 안되고 있는 중입니다. 어쨌거나 오늘 學之爲言效也. 人性皆善而覺有先後, 後覺者必效先覺之所爲, 乃可以明善而復其初也. 라는 해설을 보고 나니 주석이 있는 대학(大學)에서 본 것과 내용이 상응하는 것이라 그런지 반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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