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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원 수경주의 꼼수 - 패수의 위치

참그놈 2022. 6. 17. 16:10

유튜브에서 역도원의 수경주와 요사 원사 등을 인용해 패수의 위치에 대해서 설명하는 영상을 봤습니다. 저는 역도원이라는 사람이 북위 사람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모릅니다. 관직을 가지고 공무를 수행한 사람인지 아니면 순전히 당시의 재야사학자인지 그도 아니면 단순히 자기가 나고 자란 지역에 대한 궁금증으로 수경주를 쓴 것인지 모릅니다.

 

검색을 해 보니까 역도원이 어사중위(御史中尉) 관우대부를 지냈다고 하는데, 어사중위가 어떤 일을 하는 관직인지도 안나옵니다. 관우대부라는 관직은 아예 검색도 안됩니다. 괸직명 중에 사(史)가 있으므로 어쩌면 사관(史官) 계통에서 관직을 수행했는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역도원이 사관이었다면 서한군국도나 서진군국도 외에 각종 문헌들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는 문서창고 등을 자주 들락거렸을텐데, 역도원이 수경주를 쓰기 전까지

패수(浿水)는 서에서 동으로 흐르던 강

 

이었습니다. 그런 문헌들 모두를 외면하고, 당시 고구려 사신에게 물어보고는, 그 고구려 사신의 말 한 마디를 근거로 

패수(浿水)가 동에서 서로 흐르는 강

 

으로 번경되었다고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YYlemMh0D4 

 

 

때로 문헌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현지인의 증언을 참고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질문을 어떻게 했는지도 중요하겠지요.

 

역대 문헌에 패수가 서쪽에서 동으로 흐른다고 되어 있는데, 패수가 어딘지 모르겠다. 패수 북쪽에 고려성이 있었다고 하는데, 패수가 어디냐? 지금의 패수가 문헌에 나오는 패수냐?

 

라고 물은 것과 문헌 내용이나 주변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패수가 어디냐?

 

라고 질문했다거나 하는 경우로 나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는 역도원의 꼼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아시다시피 북위는 선비족이 세운 나라였고 소위 한족(漢族)보다는 고구려와의 친연관계가 더 놓은 나라라고 합니다. 그러나, 고구려의 영향력이 크므로 북위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말을 하자면 고구려 사신을 속인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위는 유목민족이었으므로 부족제로 운영되었지만 오호십육국을 통일하면서 중국의 제도를 따라 통치조직을 정비하고 황제권을 강화합니다. 고구려가 당나라에 패하기 전까지 고구려는 동아시아의 강자였습니다. 북위가 오호십육국을 통일했다고 하지만 고구려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문헌에 남아 있는 패수와 고구려 성의 위치는 북위에게 부담이었을 수 있습니다. 그런 까닭으로 패수와 고구려의 위치가 원래 요하 동쪽에 있었다는 식으로 꼼수를 시전한 것으로 이해가 되네요.

 

현재의 역사 논쟁도 그와 비슷한 경우지요?

 

한사군 중 낙랑군이 북한 평양에 있었다

일본이 4세기부터 6세기까지 임나일본부를 설치해서 한강 이남을 장악했다

 

거나 하는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 땅따먹기를 하려고 들지 않습니까.

 

흔히들 사관(史官)이라고 하면 역사를 기록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고대의 사관(史官)은 내사, 외사, 좌사, 우사 등등 직분이 세분화 되어 있었습니다. 좌사(左史)가 임금의 말을 기록한다면 우사(右史)는 임금의 행동을 기록하고, 뭐 그런 식으로 직분이 나뉘어져 있었지요. 지방에서 올라오는 보고서를 정리하는 사관도 있었고 그렇습니다. 그것을 통괄하는 것이 태사(太史)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관 조직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었는지 설명해 주는 책은 읽어보지 못해서 자세한 것은 모릅니다.

 

어사중위(御史中尉)라는 관직이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관직명에 사(史)자가 들어갔다면 사관 계통에서 관직을 수행했다고 할 때, 여러 문서를 두루 섭렵했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이미 수 많은 문헌을 참고하고도 고구려 사신에게 패수의 위치를 물었다면, 문헌 상의 패수의 위치를 찾기보다 역도원이 살던 당시의 패수의 위치가 더욱 중요했다는 말이 됩니다.

 

또 하나, 저는 역도원의 수경주가 관찬 지리지인지 아니면 재야사학자였던 역도원의 개인 연구를 편찬한 것인지 모르겠는데, 수경주가 관찬 지리지인지 아니면 개인 연구서인지인지도 정체가 불불명합니다. 그런 건 또 역도원 수경주를 설명하는 영상이나 뭐 그런데서 설명을 안해주더라고요. 만약이지만 관찬 지리지도 아닌 역도원 개인이 연구한 자료를 대한민국 역사학계가 인용하면서 절대적으로 신봉하고 있는 것이라면, 대한민국 역사학계는 고대의 재야사학자를 매우 존숭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뭐 사실 별로 이상하게 여길 것은 아니기도 할 것으로 생각되기는 하네요. 아시다시피 조선왕조에서는 적서차별이 몹시 심했던 것으로 역사 드라마에서 보여주는데, 공자가 그 서자거든요. 똑같은 서자고 재야사학자라도 중국인 일때는 공자는 성인(聖人)으로 추앙하고 주야를 불문하고 그걸 외우고 - 혀가 마르고 닳도록 - 역도원은 재야사학자라도 중국인이라서 절대적 진리로 숭앙하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뭐 이렇게 말했다고 해서

 

공자가 서자(庶子)란다...

 

뭐 그러면서 또 이상하게 생각지 마시고들...부처님은 옆구리에서 태어났어요. 예수님은 숫처녀가 낳았지요? 그런 관점에서 이해를 하세요.

 

환웅천왕께서도 서자(庶子)

 

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