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朝鮮史 : 조선상고사)

단재 신채호 조선사(조선상고사) 읽기 22 - 한자 무용론

참그놈 2022. 6. 29. 11:38

단재 선생의 조선사(조선상고사, 이하 조선사)에는 역사 서술의 한 요목으로써

 

언어 문자 등 아(我)의 사상을 표시하는 연장은 예리한지 둔한지 그리고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조선사를 읽어보면 이두에 대해서 여러 말씀을 하기도 하고 조선사 외에도 조선상고문화사에서 이두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우리 역사를 규명하는데 보탬이 될 것이라는 말씀을 하시기도 합니다. 조선사에는 그런 내용이 안나오지만 단재 선생께서는

한자무용론(漢字無用論)

을 주장하시기도 하셨답니다. 참 아이러니컬 하지요? 단재 선생 당신께서 한문에 능통하셨으므로 조선사나 조선상고문화사 등을 쓰실 수 있으셨을 터인데, 정작은 한자무용론을 주장하셨으니까요. 물론 이두에도 밝으셨기 때문에 조선사나 조선상고문화사가 지어질 수 있었기도 했을 것입니다. 이두에 관한 내용이 없었다면 단재 선생의 조선사나 조선상고문화사의 가치는 어쩌면 지금 보다 좀 더 낮은 평가를 받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단국대에서 이두 사전을 간행했던데, 저 자신이 20년만 젊었으면 구입부터 했을지 모릅니다. 물론 조선사를 읽었다는 전제 하에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젠 나이 들어버렸고...  믿거나 말거나지만 제겐 한글 고어사전이 한 권 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때 배웠던 여러 시조들 중에 아직까지 기억하는 것이 있고 그래서 오래 전에 이두나 단재 선생의 조선사 같은 것을 알지도 못할 때에, 우리말 고문으로 쓰인 시조나 뭐 그런 것을 직접 읽어보고 싶어서 구입했었습니다. 책을 펴 보니 구입한 지 20년 하고 1주일 지났네요. 4335, 6. 23일게 구입한 것으로 적혀 있습니다. 책을 구입하면 책 겉표지에 구입한 날짜 등을 기록합니다. 그래서 검은 색 속표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답니다. ㅋ  하지만 지난 20여년 동안 그 사전을 거의 펴 본 적이 없습니다. 몸이 너무 아팠거든요. ㅡ,.ㅡ  믿거나 말거나지만 몸이 너무 아파서 보고 싶은 책을 거의 볼 수 없는 기간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사실은 그렇습니다. 그나마 예전에 비하면 몸이 많이 나아서 이런 포스트도 쓰고 그럽니다.

 

단재 선생의 한자무용론 이야기 하다 엉뚱한 소리를 했지요? 한자무용론을 주장한 단재 선생의 마음이 부분이나마 이해가 됩니다. 시대에 대한 충격이 그 만큼 컸다는 뜻이겠지요. 하지만 단재 선생이 너무 뛰어난 분이라 사회상을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하셨던 것 같습니다. 반면, 조선을 살던 한민족이 모두 단재 선생 같았으면 일상생활에서 한자는 모두 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한문으로 쓰여진 모든 전적들을 한글로 번역하여 특히 역사서의 경우는 오류를 모두 지적하셨겠지요. 조선 민중 모두가 단재 선생과 같은 천재성이 있었다면 그러지 않았겠습니까. 현실은 그렇지 않았는데, 그런 면에서 내가 그러면 남도 그런 줄 안다는 그런 상식적인 관점에서 단재 선생 역시 자유로운 분은 아니셨던 것 같습니다.

 

거두절미하고 단재 신채호 선생의 한자무용론은 유효한 주장일까요? 아니면 민족적 수난을 당한 시기에 느낀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과격한 표현이었을까요? 뭐 사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한자무용론을 주장한 것과 상관없이 우리가 보는 뉴스나 신문 저작물 등에서 한자가 점점 사라지고 있지 않습니까. 저 자신도 한자는 불편한 문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문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지요. 한자로 구성된 글을 한문이라고 하는데, 한자는 실생활에서 없어져도 무방하다고 생각하지만 한문은 사라지면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한글을 쓴다고 해서 몇 천년 전해진 중국의 문헌들과 우리 선조들이 남긴 문헌들이 갑자기 사라지지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지 않습니까. 단재 선생 당신께서도 한문을 아셨기 때문에 역사가 역사대로 쓰여지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하실 수 있었으니까요. 중공(중국 공산주의) 당국도 한자 때문에 졸라 애를 먹지요. 그럼에도 누천 년 그들의 유산인 한문을 절대로 버리지는 못합니다. 정보화 시대에서 한자는 치명적인 약점일 수 있지만, 예전에 기록된 문헌들이 한자를 기반한 한문으로 기록되어 있다는 것 때문에, 그리고 그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한자는 외면하기 어려운 문자체계라고 생각합니다. 동북공정의 근거가 한자고 한문이잖아요. 

 

가령, 이런 예를 하나 생각해 볼까요? 중국에서 한글과 맞먹는 소리글자를 개발해 냈다고 하십시다. 그럼 한문이 사라질까요? 아니라는 것 아시지요? 한자가 불편한 문자체계인 것은 분명하지만 한자로 구성된 한문은 5000여년 중국 역사를 지탱하는 바탕입니다. 대중을 위해 한자는 포기할 수 있어도 아시아 역사에서 한문은 절대로 포기할 수 없지요. 그런 차원에서 단재 신채호 선생의 한자무용론은 최소한 한문으로 쓰여진 역사서들만이라도 한글로 그 오류를 정확하게 분별해 내자는 것이지 한자나 한문 자체를 하루 아침에 없애자는 뜻은 아니라고 생각하셔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자 공부를 하셔서 3급 정도의 자격증을 따신 분들이라면, 무엇이든지 한문 고전을 한 권이라도 읽기를 권하고 싶네요. 꼭 경전류가 아니라도 됩니다. 저는 한자 자격증 제도를 몹시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는데, 30여년 전 이야기지만 거로 Vocabulary 라는 책을 하루에 15시간 이상 공부했던 적이 있습니다. 방학 두어달 동안 졸라 공부해서 책 속 내용을 세세히 기억하지는 못했지만 표제어 만큼은 6개월 후 정도까지 기억을 했을 만큼은 했답니다. 그 이후로 저 자신의 신상에 문제가 생겨서 더 이상의 영어 공부는 못했는데,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 한자 학습을 하면, 즉 단어나 어휘만을 목표로 공부하면, 그 이후에 관련 공부가 지속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헛일을 한 결과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혹시 자녀에게 한자 학습을 시키더라도 급수에 맞는 한문 고전을 반드시 읽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고, 혹시나 3급 이상의 자격을 취득하신 분이라면 어떤 것이든지 한문 고전 한 권이라도 지속적으로 읽으시길 권하고 싶네요. 중국 문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김부식의 삼국사나 일연 스님의 삼국유사나 아니면 화엄경이든 뭐든, 그딴 건 너무 어려워! 라고 하신다면 추구도 좋고 사자소학도 좋고 뭐든 배운 한자들을 잊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은 하셨으면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한자 자격증과 연계된 한문 고전을 선택하기가 아마 어려울 것으로 추즉을 합니다. 왜냐하면 현재의 한자 단어 위주의 한자자격증은 일본식 한자 단어를 외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자나 한문이 어디에서부터 유래했는지 따지는 그런 것은 배제하더라도 동양문헌의 대부분은 중국 문헌이라는 면에서 일본식 한자 단어를 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일본식 한자 단어는 어차피 외워봐야 별 쓸모가 없기도 한 듯하고요.

 

요약하면...

단재 신채호 선생의 한자무용론은 한자가 더 이상 필요없다 라는 것이 아니라 민족적 수난을 직접 눈으로 보고 겪으면서 우리의 사상을 전하는 수단이 너무 불편한 것이 아닌가? 하는 다급한 - 수난을 겪는 이들은 다급하게 느끼기도 하고 폭력적인 양상을 보이기도 한답니다 - 사회상을 질타한 것이지, 정작 단재 선생께서 한문에 능숙하셨기 때문에 조선사나 조선상고문화사를 집필할 수 있었다는 것은 생각지 못하셨던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