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원문/논어

논어 읽기 24 : 세주완역 논어집주대전 P.265 - 계씨 팔일

참그놈 2022. 7. 2. 11:31

논어 팔일(八佾)편 첫문장에 계씨가 팔일무를 추는 것을 두고 공자가 언급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팔일무는 천자의 예법이므로 대부인 계씨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제후는 6일무 대부는 4일무 사는 2일무거드요. 원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孔子謂季氏八佾舞於庭是可忍也孰不可忍也

 

원래 한문에는 띄어쓰기가 없고 해석에 대한 의혹이 있어서 띄어쓰기 무시하고 그냥 적었습니다. 위 문장을 세주완역 논어집주대전에서는 아래와 같이 해석하고 있습니다.

 

공자께서 계씨에 대해 말씀하셨다. 팔일무를 그의 마당에서 추게 하니, 감히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면 감히 무엇을 못하리오.

 

해석을 읽어 보면 계씨가 팔일무를 자기 집 마당에서 추게 한 것 같습니다. 맞을까요? 공자에 대해서도 모르고 계시나 숙손씨나 뭐 그런 배경지식 없이 그냥 위 문장만 가지고 해석을 하는 경우, 계시가 자기 집 마당에서 팔일무를 추게 한 것이 사실일까? 하는 것입니다.

 

1. 孔子謂, 季氏八佾舞於庭是可忍也孰不可忍也

2. 孔子謂季氏, 八佾舞於庭是可忍也孰不可忍也

 

 

위와 같이 어떻게 문장성분을 구분하느냐에 따라 따라 해석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1. 공자가 계씨에 대해서 말했다. 계씨가 팔일무를 자기 집 마당에서 추게 하니 무엇인들 못하겠나.

2. 공자가 계시에게 말했다. 천자가 아닌데도 팔일무를 제 집 마당에서 추게 한다면 무엇을 못하겠소?

 

첫번째 처럼 문장 성분을 구분해야 계씨가 자기 집 마당에서 팔일무를 추었다는 사실(?)이 나타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논어를 읽거나 읽어 본 사람 중에 계씨가 자기 집 마당에서 팔일무를 추게 했는지 아닌지 아는 사람은 제가 알기로는 거의 없거든요. 어느 해설서를 봐도 계씨가 팔일무를 추게 했다는 기록을 인용하며 설명하는 그런 책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계씨는 누가 압니까? 졸지에 공자 때문에 계씨가 나쁜 놈이 된 것인지 애매하지 않나요?

 

한문이 지랄 같은 것이 구두점을 어디에 찍느냐, 즉 문장 성분을 어떻게 구분하느냐에 따라 해석이 여러 가지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인데, 위 문장도 구두점으로 문장성분을 어떻게 구분하느냐에 따라 해석이 대여섯 가지는 나올 것 같네요. 그러나, 1000년 이상 여러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해석을 하는 부분이니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요즘 세대를 사는 우리로서는 무조건 수긍해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계씨가 나쁜 놈(?)인 것은 맞기는 한가봅니다. 

 

한편, 위 문장에 대해서 제가 가지고 있는 논어 해설서의 해석들 몇 가지를 여기다 적어 보겠습니다.

 

孔子謂季氏八佾舞於庭是可忍也孰不可忍也

 

1. 공자가 이르시기를 계씨는 8일로 마당에서 춤을 추니 이것을 차마 할 수 있다면 무엇인들 차마 못하리오.

2. 계씨가 자기 집 뒤뜰에서 팔일무를 추게 하는 것을 보고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이를 보고 참아냈다면 무엇을 참지 못하리요.

3. 공자가 계씨를 (계씨의 일을) 말씀하셨다. 팔일의 춤을 (그의 선조 묘의) 뜰에서 추게 하고 있다. 이것을 용납할 수 있다면 무엇인들 용납할 수 없겠는가?

4. 공자께서 계씨를 탓하여 말씀하셨다. 팔일을 뜰에서 추게 하다니, 이런 짓을 해 넘길 수 있고 보면, 그 무슨 짓인들 못해 넘길 것이냐?

 

1. 혼자서는 팔일무를 출 수 없습니다.

2. 庭이 뒤뜰인가요? 옛날 집 구조를 몰라서..

3. 庭이 이번에는 선조 묘의 뜰로 해석하는데, 네이버 다음 한자 사전에 그런 뜻은 없습니다.

4. 위(謂)자가 탓하여 말한다는 뜻인가요? 그래도 謂는 다음이나 네이버 한자 사전에 논평하다라는 뜻이 있네요.

 

한문법을 모르지만 그래도 4번째 해석이 한문 원문에 가장 근사한 해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이 포스트는 논어 해석을 하신 분들을 비판하려고 쓴 것은 아닙니다. 저 자신이 논어를 모르니까 이런 저런 해석을 비교도 해 보고 그러면서 그냥 논어를 읽는데, 촛점이 계씨에게만 집중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래와 같은 해석은 혹시 불가능하겠습니까?

 

孔子謂季氏八佾舞於庭是可忍也不可忍也

편의를 위해서 원문을 한 번 더 복사해 붙여 넣었습니다. 그리고 孰자를 빨간 색으로 강조 표시를 했습니다. 논어를 읽어 보겠답시고 폈다가 제가 이해한 것과 기존의 논어 해설서들과 달라서입니다. 위 문장의 구두점을 어디에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공자가 계씨에 대해서 말했다

 

라는 것이 전제가 된다면

 

계씨가 팔일무를 추게 하는데, 일개 대부(大夫)가 팔일무를 추게 하는 그것이 가능하다면 어느 놈인들(孰) 팔일무를 못추게 하겠나 - 즉 어느 놈인들 무슨 짓을 못하겠나!

라는 해석입니다.

 

제가 이해한 것이 틀렸을까요? 인터넷을 여기저기 둘러보다 논어 해설서만 100권 이상을 읽은 분이 계시다고도 하고 그런데, 제가 읽어 본 논어 해설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것은 문고판 해설서 한 권 뿐입니다. 하지만 논어라는 책이 워낙 우리 사회에서는 유명한 책이라 어쩌다 논어를 인용하는 내용을 보게 되면 그때서야 관련 부분을 인터넷에서 찾아도 보고 책도 한 번씩 펴보고 그러는 수준이라 논어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저는 위와 같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계씨라는 사람만 팔일무를 추게 하겠습니까?

 

공자는 전국시대 초기의 사람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나라의 제후국들이 갈등과 통합을 반복하면서 진초연제한조위 일곱개 나라로 귀결되려는 그런 시기를 살았던 인물로 알고 있는데, 그 때는 도척(盜跖)이도 팔일무 추게 하지 않았을까요? 왠지 계씨 한 놈만 나쁜 놈이 된 것 같은...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살아생전에 해 주신 말씀이 있는데, 어떤 마을에서 곰이 한 마리 잡히면 30년 동안 웅담 상인이 활개를 친다고 하시더군요. 요즘은 곰을 산에다 풀어 개체를 늘리려고 하고 있으니 곰사냥을 하는 시기는 아니지만 웅담이 명약으로 인식되던 시기가 있었지요. 계씨가 곰인지 공자가 곰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