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군자(君子)와 소인(小人)

참그놈 2023. 1. 19. 19:37

한문 고전을 읽다 보면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을 구분하여 내용이 구성된 것들이 꽤 있습니다. 언뜻 생각하기에 소인(小人)을 평범한 서민들을 일컫는 말로 생각했지만, 실상 소인(小人)은 그런 뜻이 아니었다는 것이 문득 연상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역대 중국의 문맹률은 80%~90%에 이른다고 하는데, 경전을 읽고 역사서를 읽고 시를 짓거나 했던 사람들은 모두 식자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똑같은 글을 읽고 출사해서 명재상이 아니라도 선한 영향력을 미친 이름으로 남기도 하고 탐관오리로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탐관오리로 기록된 그들을 가리켜 바로 소인(小人)이라 한 것으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문맹률도 꽤 되었던 것으로 알지만, 현재는 문맹률이 거의 0%에 이른다고 합니다. 누구나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시절인데, 권장도서에 논어나 맹자, 대학과 중용이 빠지지 않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모두가 글을 읽고 쓸 줄 알아서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시절이라 그런지 소인(小人)이라는 말을 오랫동안 오해하고 있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한편, 논어 어느 편에 자하가 그랬다던가? 꼭 배우지 않았어도 배웠다고 하겠다며 예를 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배우지 않았어도 사람의 도리를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겠지요. 그러게 꼭 배우지 않아도 사람의 도리를 하는 누군가는 동서고금 어디에나 있었고 지금도 있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동서양 모두 문자는 지배층이 독점하다시피 한 것이었고 문자교육 역시 귀족층에 거의 한정되었던 것이 사실이므로 문자를 배우고 익힌 사람들 중에서 군자와 소인이 갈린다고 생각하시면 될 듯합니다. 가정맹어호(한자 생략) -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 - 라는 말 이 예기 어느 편에 있는 것으로 아는데, 문자를 배우고 수양을 하고 바른 정치를 펴라면서 가르쳤는데,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고 탐관오리짓을 한 사람들을 가리켜 소인이라 칭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동양에서만 문자를 귀족들이 전용한 것은 아닙니다. 서양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왕자와 거지를 보시면 왕이 여러 나라의 말을 할 수 있는데도 글을 읽거나 쓰지는 못했을 수도 있고, 실제 서구에서는 문자를 성직자들이 주로 썼지요. 마르틴 루터가 독일어로 성경을 번역하고 구텐베르크가 활판 인쇄술을 개발하여 문자가 보다 보편화 된 계기가 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옛날에는 읽고 쓸 수 있는 사람이 적었다는 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2023년 현재는 누구나 읽고 쓸 수 있는 시절입니다. 그리고 웬만하면 고등학교는 졸업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시절이 달라서 옛날처럼 농사를 위주로 산업이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국제무역이 흥하면서 많은 재화가 오고가기도 합니다. 따라서, 요즘의 기업 환경 등에서도 소인(小人)이 없으라는 법은 없습니다. 다만, 한문 고전을 읽을 때 소인(小人)이라는 말을 보게 된다면 고대의 사회 상황을 고려하여 일반 민중을 대상으로 기록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