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문(千字文) 아시지요? 제가 천자문을 처음 읽어보려 한 것이 30여년 전 쯤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저는 또래들보다는 읽을 수 있는 한자가 좀 더 많기는 했습니다만, 제가 천자문을 읽으려 했던 것은 글자를 좀 더 분명하게 알고 싶어서였습니다. 천자문을 단순히 한자를 익히기 위해 글자 1000개를 모아놓은 글자 학습서 이상으로 생각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천자문을 펴고 해설을 읽으면서 저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자 1000자를 모아서 글자 외우고 익히기 위해서 만들어놓은 책인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 내용은 제가 알고 있던 것 이상 정도가 아니라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내용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천자문 처음부터 다섯 구, 그러니까 천지현황부터 노결위상까지를 읽으면서 성경 창세기와 겹치는 것 같기도 하고, 천자문이 포함하고 있는 내용이 멋모르고 살던 놈을 주눅들게 했다고 할까요?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한석봉 천자문을 사오시기는 했지만, 한석봉 천자문은 글자는 크게 인쇄되어 있었지만, "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다"는 뜻 외에 다른 해설이 없었습니다. 나머지 구들도 그러했지요. 그래서 그랬는지 그 때는 천자문에 딱히 관심히 가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20대가 되면서 한자나 한문을 공부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한문이 익숙해지면 여유당전서나 산림경제, 성호사설 같은 우리 한문 고전도 읽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천자문 해설을 보고서는 아득해졌다고 할까요. ㅋ
하늘천 땅지 가마솥에 누룽지 박박 긁어서
라는 노래를 아십니까? 요즘 자라는 아이들은 그런 노래를 모르겠지만, 제가 어릴 적에는 그런 노래를 부르는 또래들도 많았습니다. 천자문을 외우고 있는 또래들은 거의 없었지만 천자문 노래는 누구나 들으면 알 수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고, 그 중 일부는 실제로 위와 같이 노래를 부르기도 했었습니다. 역사를 다룬 드라마 등에서도 천자문이 가장 기초서적으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사서삼경 뭐 그런 말을 들으면서 크기는 했지만, 천자문을 해설서를 구입해 처음 보게 된 것이었는데, 단순히 글자만 모아놓은 책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그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이후 논어도 읽어보고 맹자도 읽어보고 여러 가지 한문 고전을 읽어보려 했지만, 결국 한문을 능숙하게 읽고 이해하지 못하고 지리멸렬 하다가 최근에 블로그에다 천자문 한문 주해를 포스트하고 있습니다. 제가 올려놓은 내용들은 저 자신이 읽고 대충은 해석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넘어진 곳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하는데, 천자문에서 자빠지고서는 논어 맹자 대학 중용 같은 책들 읽으려 헤매고 다녔다는 생각이 들지 뭐겠습니까.
다른 포스트에 썼지만, 천자문에 있는 언재호야(한자생략) 네 글자 외에도 허사로 쓰이는 글자들이 천자문 중간중간에 있습니다. 천자문 해설서를 보시면 한문을 인용해서 설명하는 내용들이 있는데, 허사 네 글자와 천자문 중에 포함된 허사들, 그리고 천자문 해설서에 포함된 한문 원문들을 활용하시면 간단한 문장도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天玄乎? 하늘이 검은가?
天實玄乎? 하늘이 참으로(진짜로) 검은가?
朝天靑而夜天玄(也) 아침 하늘은 푸르고 밤하늘은 검다.
非日, 天實玄哉! 해가 아니라면(없다면) 참으로 하늘은 검구나!
非日, 天實玄焉! 해가 없다면 참으로 하늘은 검겠군!
易曰, 天玄而地黃. 주역에 말하기를 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다.
易者何也. 何人作乎. 역이란 무엇인가? 어떤 사람이 지었는가?
苟天玄而地黃乎. 진실로 하늘은 검고 땅은 누런가?
嗚呼! 易不實欺人哉. 오~~ 역은 진실로 사람을 속이지 않는구나!
등등
물론 제가 예로 든 내용들이 한문법에 맞는지 해석은 제대로 되어 있는지는 모릅니다. 다만, 천자문 마지막에 있는 허사 네 글자와 천자문 곳곳에 있는 허사들, 존이감당 거이익영 구에 以나 而가 있지요? 그런 글자들과 천자문 해설서에 인용된 한문 원문을 잘 조합하면 천자문 해설서 한 권으로 글자 뿐만 아니라 간단한 한문 공부까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좀 더 정확한 문법적 요소나 번역은 한문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차근차근 공부하시면 될 듯하네요.
하늘(天)이 동서남북에 따라 다르게 불리는 것 아시지요? 동쪽은 창천, 서쪽은 호천, 남쪽은 염천 등등... 하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땅도, 사람도 별도 위치나 계절, 계급, 환경 등에 따라 표시하는 글자들이 여럿 있습니다. 천자문을 잘 활용하시면 한자 1000자 외에도 더 많은 글자와 간단한 한문을 넘어 좀 더 긴 문장도 익힐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옛날에는 서당에서 훈장님이 가르쳐 주시는 대로 천지현황 우주홍황에 대한 글자와 뜻만 설명해 주셨을 수도 있는데, 그리하여 한문 학습에 속도가 느렸을 수도 있지만, 요즘은 시절이 좋아져서 한문 원문을 인용해 가며 설명하는 해설서들이 여러 종류 있으므로, 게다가 한글로 적혀 있습니다. 세종대왕께 감사드려야 합니다.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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