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원문/천자문

천자문으로 한문 공부하기 2

참그놈 2023. 2. 27. 02:39

천자문으로 한문 공부하기 라는 포스트를 하나 쓴 적이 있습니다. 지나고 보니 옛날일을 말하는데 맞춘 것 같은 내용이라 포스트를 하나 더 쓰려고 합니다. 한문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자를 알아야 할 것이고 현대한자어로도 간단한 문장을 만들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래 사진은 제가 가지고 있는 천자문 해설서 두 권과 제가 인쇄해서 만든 천자문 책입니다. 무슨 자랑(?) 하려는 것이 아니라 천자문 해설서에 있는 설명을 가지고 문장만들기를 할 수 있다는 뜻에서 올렸습니다. 제가 지어낸 것이 아니라 책에 있는 내용...

 

 

하늘 천(天)자를 설명하면서 조물주(造物主)라고 글자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造物主者, 天地創造者也.

現代人曰, 建物主之位高於造物主, 其言之乃何.

今人曰, 建物主之位高於造物主, 其言之乃何.

 

조물주는 천지를 창조한 이다.

현대인들이 말하기를 건물주가 조물주보다 높다고 한다. 그 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요즘 사람들이(한문투) 말하기를 건물주(현대어)가 조물주보다 높다고 한다. 그 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늘 천(天)자를 설명하면서 지아비(夫 : 天)라는 말로 설명하고 있기도 합니다.

 

女男便, 女之天乎?

至今(現代)也, 男女平等及女權伸張之世也. 勿語彼言.

現代思想實所以然而有傳統者在耶.

所謂 男尊女卑者 女好之乎.

 

너의 남편이 네 하늘이냐?

요즘 시절은 남녀평등과 여권신장인 세상이다. 그런 말 하지 말라.

현대사상은 사실 그렇다고 하지만 전통이라는 것도 있지 않느냐?

소위 남자는 존귀하고 여자는 비천하다는데 너는 그런 것이 좋으냐?

 

일부 글자가 천자문에는 안나오는 것이기는 하지만, 50여 글자 중에 서너글자 되는데, 웬만하면 천자문 한 권만 제대로 외우고 해설에 적힌 글자 설명들과 연결시키면 천자문 한 권으로도 한자 수천 자를 익힐 수 있고 문장까지 지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문법이 정확하지는 않더라도요. 블로그 주인도 한문법 거의 모릅니다. 제가 쓴 몇 마디 문장도 문법이 맞는지 안맞는지 모르지만, 나중에 한문 원전을 자주 보게 되거나 하게 된다면 나아지지 않겠습니까. 

 

 

남편, 현대, 남녀평등, 여권신장 등등 모두 현대에 생겨난 말들입니다. 女자는 여자나 딸이라는 뜻도 있지만 "너" 라는 뜻도 있습니다. 汝자를 쓰기도 하지만 女자를 쓰기도 합니다. 급(及)은 "와"를 뜻하는 공동격조사 역할을 합니다. 한문의 문법에 맞는지 안맞는지 모르지만, 어쨌거나 "천자문으로 한문 공부하기"라는 포스트에 썼듯이, 천자문 마지막 구 焉哉乎也는 허사이고 그 외에도 여러 허사나 문법 기능어들이 나옵니다. 존이감당 거이익영 구에 以, 而 외에도 然자도 접속사로 쓰이고, 故자나 必, 能, 若, 如 등 여러 글자들이 문법기능어 역할을 합니다. 꼭, 옛날 일만 한문으로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한자 급수 땄으면 글자나 단어를 많이 아시지 않겠습니까. 현대에 만들어진 한자어로도 문장 만들기 연습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참고로 男尊女卑라는 말을 "남자는 존귀하고 여자는 비천하다" 라고 해석하거나 이해하는 것은 Nice to meet you!를 "너 잘 만났다!" 라고 해석하거나 이해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말로 설명하거나 번역하기가 참 애매하기도 합니다. 男尊女卑 라는 어구 하나를 번역하는데 한 페이지나 두 페이지 이상을 쓰겠습니까? 그건 해설이지 번역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男尊女卑라는 말을 한글 50자나 100자 이내로 납득이 되도록 번역할 수 있는 분이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분은 안나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뜻을 담은 글자니까요. 한문학의 전통이 1000년을 이어온 나라에서 男尊女卑라는 말을 "남자는 존귀하고 여자는 비천하다" 라고... ㅡ,.ㅡ

 

어릴 때는 어려서 남존여비(男尊女卑)라는 말이 "남자는 존귀하고 여자는 비천하다"는 그런 뜻인가? 하면서 지나왔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서 남존여비라는 말이 어디서 유래했는지 등등 이런 저런 책을 읽어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남존여비(男尊女卑)라는 글을 "남자는 존귀하고 여자는 비천하다" 라고 해석하거나 번역하여 마구 입에 올리는 것이 참 창피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도 했지요. 1000년을 이어온 한문학의 나라에서... 그렇다고 블로그 주인은 간단하게 번역할 수 있느냐면 못합니다. 그렇다면 오해를 집어던지기 위해서, 한문 공부와 역사 공부를 할 수 밖에 없지요.

 

저도 정확하게 남존여비(男尊女卑)라는 말이 인제 어디서 유래했는지 모릅니다. 다만, 주역 계사전 상 1장을 읽어 보시면, 

 

천존지비 건곤정의.... (중간생략)... 건도성남 곤도성녀... (이하 생략)

 

이라고 나오거든요. 하늘이 존(尊)하고 - 존귀하다 아닙니다 - 땅은 비(卑)하다. - 비천하다 아닙니다 - 라고 적혀 있는데 건도는 성남하고 곤도가 성녀한다니 엮어서 남존여비 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나 합니다. 문제는 원문에는 남자는 존귀(尊貴)하다고 적힌 것이 아니라 존(尊)이라고 한 글자만 적혀 있다는 것... 비(卑)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비천(卑賤)하다고 적혀 있지 않습니다. 우리 말과 한문이 좀 달라서 한자 한 글자로 된 것을 꼭 두 글자씩 짝지어 설명하지요? 그런 한계로 인한 것인데, 귀(貴)하다는 말은 무슨 말이고 천(賤)하다는 말은 또 무슨 뜻일까요? 돈이 많거나 지위가 높으면 귀(貴)한가요?

 

현임 대통령을 "굥" 이라고, 전임 대통령을 "문죄인"이라느니 하면서 인터넷에 별별 말이 다 있는데, 귀하다고 생각하는 분들께 그런 말은 안하거나 못하지요. 그렇잖아요. 2MB, 명바기, 근혜공식 등등...  ㅡ,.ㅡ  그럼 귀(貴)하다는 것이 어떤 뜻일지 생각들 해 보세요. "뭣이 중헌디?" 하고 통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저도 아직 잘 모르겠네요. 

 

남자가 그렇게나 존귀하면 뭣하러 비천한 여자들이랑 그렇게나 시집 장가를 가고 혼인들은 해서는... 그렇잖아요. 존귀하면 존귀한 대로 남자들끼리... 여성들은 여성들끼리... 그런데, 그건 또 안된대메요? 미국에서는 된다고 하는 것도 같고, 뭐 그렇던데, 옛날에 그리스에서도 괜찮았다고 그러고... ㅡ,.ㅡ  비천한 존재없이 도무지 살 수 없는 존귀한 존재? 거참 희안한 해석이잖아요.

 

 

본론으로 돌아와서 한자 급수 따신 거 썩히거나 잊지 마시고 현대에 만들어진 한자어로도 문장 만들 수 있으니까 자주 연습들 해 보세요. 한자나 한문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한자든 한문이든 영어든 외국어는 안보면 나중에 기억 안납니다. 한자 급수 따셨다면 어느 것이라도 마음에 드는 한문 고전 한 두권 정도는 계속 읽으시길 권하겠습니다. 당연히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는 분이라면 뭐든지 영어 원서 한 두권은 계속 읽으시길... 다른 외국어도 그렇겠지요. 뭐...

 

 

가수 GOD가 부른 "어머니" 라는 노래의 가사를 한자어로 바꾼 것을 인터넷에서 봤는데, 사람들이 많이 재밌어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많이 놀라기도 하고 감동하기도 했습니다. 한자 어구들만 나열했는데도 거의 말이 되더라고요. 그 내용을 중국인들에게 보여주면 전혀 이해를 못할까요? 어차피 그 사람들도 현대(지금)를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