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 환인유석 서웅하시(桓因有昔 庶雄下視)
해동 천자문 두 번째 구인 "환인유석 서웅하시(桓因有昔 庶雄下視)"는 일연의 삼국유사(三國遺事)에도 이야기가 나오고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환단고기에 나옵니다. 그 외 규원사화에도 나옵니다. 기타, 제왕운기라는 책에도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요즘은 환단고기가 책 뿐만 아니라 영상도 유튜브에 않고 하니까,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는 내용일테니, 그냥 생략하고 한 가지만 적겠습니다.
하필, 해동 천자문을 지으신 원저자가 서웅하시(庶雄下視)라고 적으신 바람에 뭔가 뇌리를 스친 내용인데, 보통의 환웅을 우리는 환인천제의 서자(庶子)라고 알고 있습니다. 적서(嫡庶)를 말할 때, 정부인의 아들이냐 아니면 첩이나 기타 어디서 낳아온 아들이냐! 뭐 그런 것을 따질 때, 서자(庶子)라고 하지요. 삼국유사에 그렇게 적혀 있어요. 그런데, 서자(庶子)라는 말이 "아무 아들 중 하나가 아니라 환인천제의 아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아들" 이라는 뜻으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글자가 웅(雄)이라고 생각되네요. 아래가 삼국유사에서 환국과 환웅을 언급하는 부분이거든요.
古記云 : 昔有桓國(因)[謂帝釋也], 庶子桓雄, 數意天下, 貪求人世. 父知子意, 下視三危太伯, 可以弘益人間, 乃授天符印三箇, 遣往理之.
雄率徒三千, 降於太伯山頂[卽太伯, 今妙香山], 神壇樹下, 謂之神市. 是謂桓雄天王也. 將風伯·雨師·雲師, 而主穀·主命·主病·主刑·主善惡, 凡主人間三百六十餘事, 在世理化.
庶子桓雄(여러 아들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아들)
이라고 적혀 있거든요. 근본없이 어디서 낳아온 아들이 아니라, "여러 아들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아들" 이라는 제 이해가 틀린 것일까요? 천부인 세 개를 받고 풍백 우사 운사와 함께 무리 삼천을 이끌고 홍익인간 재세이화 하려는데, 그냥 되는 것이 아니라 이론적으로 실천적으로 몹시 밝고(桓) 부지런해야(雄) 할 것 아니겠습니까.
또, 한문은 천지현황(天地玄黃)이라고 적어 놓지만, 천현(天玄而地黃)이라고 풀어해석하기도 하거든요. 일월영측(日月盈昃)에 대해서도 ‘日(中 則)昃 月盈(則 虧)’으로 괄호 부분이 생략된 互文이라고 한답니다. 그 ‘日昃月盈’을 재정리하면 ‘日月昃盈’이 되어서 압운인 張과 昃(仄)‧張(平)으로 仄‧平의 대응을 이루기 위해 ‘盈昃’으로 도치했다네요. 뭔 운문과 산문은 다를 것이고 여러 차이가 있을 것이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한문은 어떤 구를 축약해 쓰기도 하지 않습니까.
원문을 회복하면
환인천제에게는 여러 아들들이 있는데, 그 중 가장 뛰어난 아들(雄)이 여러 차례 세상에 뜻을 두었다.
한문이 뜻글자이고 그래서 의외로 생략을 많이 하기도 하는 것 같더라고요. 덧불여 환웅은 이름이 아니라, 최우수 라는 뜻일 수도 있고요. 조선시대에도 누군가 장원급제를 하거나 하면 그냥 "장원"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뭐 그랬지 않겠습니까. 김 장원, 박 장원... 등등, 요즘도 이 수석, 최 수석 등등으로 부르기도 하고요.
어쨌거나, 서자환웅(庶子桓雄)은 군계일학(군계일학) 또는 군학일봉(群鶴一鳳)의 뜻일 수 있다. 뭐 그런 말씀입니다.
또 하나,
환인유석 (桓因有昔)
해동 천자문 두 번째 구가 석유환인(昔有桓因) 아니지요? 한문도 잘 모르고 한문의 어순도 잘 모르지만
환인유석 (桓因有昔) VS 석유환인(昔有桓因)
은 의미가 반드시 같다고 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저는 그렇게 느껴지네요. 환인이 주어가 되면서 보다 시간적으로 또는 공간적으로 보다 넓은 의미를 지닌 듯 느껴지네요. 이런 예를 드는 것이 가능할런지 모르지만,
자유 평등 박애를 외치며 1789년에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났다.
1789년에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났는데, 자유 평등 박애를 외쳤다.
두 문장의 차이가 크게 나지는 않지만, 웬지 첫번째 문장은 단지 과거에 일어났던 역사적 사실을 언급하는 것으로 느껴지지만, 두 번째 문장은 그 때 이후로 1848년 대혁명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현대적 의회민주주의가 성립했다는 느낌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할까요? 글자의 순서를 바꾸었을 뿐인데 다른 느낌을 받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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