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원문/대학읽기

대학 재친민(在親民) VS 재신민(在新民) ?

참그놈 2023. 3. 12. 23:43

살면서 한문으로 된 책 중에 주석까지 다 있는 책을 읽어본 것은 천자문과 대학, 중용 딱 세 권 뿐입니다. 그나마, 천자문 주해는 최근 천자문 포스트하면서 한 번이라도 읽었지요. 대학은 주석이 다 있는 책을 두 번 읽어 봤고 중용은 한 번 읽어 봤습니다. 요즘 천자문을 잊지 않으려고 매일 수십 자씩 써보고 그럽니다. 그러니 유학(儒學)이라는 것을 도통 모르는 놈이 이런 내용을 써도 되는지 의문이지만, 그렇다고 의문이 드는 것은 어쩌겠습니까. 도무지

 

재친민(在親民)

 

이라고 적어놓은 것을 왜 신(新)자로 읽었나? 그러면서 유학(儒學)은 고사하고 논어조차 모르는 놈이 짱구를 굴린 결론은, 

 

재친민(在親民) 이나 재신민(在新民)이나 둘 다 가능하다. 그러나, 재친민(在親民)이 더 낫다, 옳다?

 

라는 것입니다. 어째도 재친민(在親民)이나 재신민(在新民)이나 둘이 별반 차이 없는 것 같으니까요. 술이부작 한다고 읽을 때 신(新)자로 읽으라고 했지 글자 자체를 바꾼 것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친(親)자를 신(新)으로 읽으라는 역사적 배경도 있는 것 같고 그렇습니다.

 

당나라가 망한 뒤 오대십국 시대가 있었습니다. 단순히 그런 사건들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당나라가 한나라처럼 유교를 통치이념으로 했을지라도 종교에 관대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노장사장 뿐만 아니라 불교, 경교(景敎, 당나라 때의 기독교), 무속 등등 갖가지 종교가 난립하던 때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대학장구서문에 보면 "이단(異端)"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그럽니다. 그러면서 허령불매(虛靈不昧)라는 유학적 사고에는 없는 말도 은근슬쩍 포함되어 있고 그렇습니다.

 

중국 자체의 전통이 아니라 도가의 노장사상, 불교, 경교, 무속 등등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중국 백성들을 재신민(在新民) 해야 할 정치적 이유나 목적이 있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공부를 열심히 해서 과거에 합격하면 부귀를 얻게 된다. 그 때 봐야 하는 책이 시서역 삼경(三經)과 예기 등 유학경전이다. 우리나라도 사법시험 보면서 소설책으로 공부하고 시험보지는 않잖아요.

향후 불경을 소지한 자는 장 10도에 처한다.

도덕경을 들고 다니며 무위(無爲)를 말하는 자는 꿀밤 50대에 처한다.

구세주라며 부녀자를 강간하는 자는... (저는 형법을 모른답니다ㅡ,.ㅡ)

 

 

어쨌거나 역사를 잘 모르지만 위와 같은 정책들이 송나라 당시에 추진되지 않았을까요? 당나라가 취한 종교에 대한 관대한 정책과 오대십국이라는 난세 이후 성립한 왕조라서 중국을 지탱하고 있던 지식인들이 나름 절박함에 처해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재친민(在親民)을 재신민(在新民)으로 읽으라! 하지 않았나 싶네요. 가는 곳마다 아미타불, 미룩블, 석가모니불 이러면서 공양하라고 그러고, 무위자연으로 돌아가자 그러고 , 천주 앞에 만민이 평등하다(景敎) 등등을 보면서 송대(宋代) 중국 지식인들이 똥줄이 타고 있었을 수 있다는 말씀이지요.

 

그러나, 유학의 근간은 수기치인(修己治人)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치적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백성을 닥달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수신하여 그 덕이 백성들에게 자연적으로 미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하던데, 그렇게 본다면 재신민(在新民)은 축약어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사대부에게 끊임없이 구습을 혁파하여 수신하라는, 그리하면, 백성과 친(親)해질 것이라는... 결국 재친민(在親民)이 맞다는 말이지요. ㅠㅠ

 

격몽요결을 한 번 읽어 본 적이 있거든요. 제대로 기억은 안나지만, 혁구습장이 첫장입니다. 옛날에 글을 배운 사람이 누구이겠습니까. 양반 사대부지요. 백성들 닥달하라는 말이 아니고... 결론적으로 재신민(在新民)은 재친민(在親民)을 위한, 혁구습을 통한, 사대부 자체의 강령이었던 것이지요. 저는 그렇게 이해가 되네요.

 

당대(唐代)의 시인 두보(杜甫)가

 

귀족들의 담장 안에서는 고기 썩는 냄새가 넘쳐나는데

백성들을 얼어죽고 있다

 

면서 시를 썼거든요. 썼다고 해요. ㅡ,.ㅡ

송(宋)나라가 당(唐)나라 다음에 성립했거든요. 그래서 끊임없이 혁구습(革舊習) 하자면서 재친민(在親民)을 재신민(在新民)으로 읽어야 한다면서 강조했는데, 어라~~~ 귤이 바다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어서인지, 우리나라에서는 다산 정약용이 애절양(哀絶陽)이라는 시(詩)를 남겼다네요. 국어 교과서에 꼭 포함시켜야 하는 시(詩)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