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문제가 있어 1주일간 인터넷을 쓰지 못했습니다. 그 동안 흉노열전을 읽다가 알게 된 것이나 떠 오른 것들이 있어 메모해 둔 것이 있습니다. 제가 읽다가 메모한 것이므로 존칭이 없습니다. 그냥 그대로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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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 전국시대가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
중국에는 춘추 전국시대라는 500여년간의 시기가 있다. 전반부 절반 정도를 춘추시대 후반부 절반 정도를 전국시대라고 한다.
주 목왕때 이미 주나라의 위세가 약해지고 있었고 주 유왕때 포사때문에 이미 주는 망하거나 진배 없는 시기였다. 그럼에도 주나라는 정나라 진(秦)나라 진(晉)나라와 같은 제후국들의 도움으로 동쪽으로 도읍을 옮기게 되고 춘추 전국시대를 거치면서 500여년간을 더 유지하여 총 850여년간의 수명을 유지한다.
망하는 것이 당연했던 주나라가 동주 이후 500여년이나 더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때문인가? 그것은 바로 흉노나 산융 같은 이민족들이 워낙 강성했고 지속적으로 중원을 침입했기 때문이었다. 개별 제후국으로서는 막강한 북방 이민족들을 견제할 수 없었으므로 종주국 주를 중심으로 제후국과 연대하여 대비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한나라가 강성해진 무제 이후 변방 이민족의 침입으로부터 안정을 찾자 100여년이 흐른 뒤 한나라는 삼국시대로 돌입한다. 외부의 적이 없어지자 내분이 시작된 것이다.
만약에 주 유왕무렵 북방에 흉노나 산융과 같은 이민족이 없었다면, 그리고 그들이 공격해 오지 않았다면 주 나라는 진작에 무너지고 새 왕조가 들어섰을 것이라 추정하는 것은 무리일까?
한편, 일일이 기억할 수 없지만 춘추좌씨전을 읽어 보면 주나라 제후국들 주변 곳곳에 이민족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주나라 건국 이후에 각 제후국 주변으로 이주해 온 사람들일까? 아니면 반대로 주나라가 성립되기 이전에 이미 중원 지역에 거주하던 종족들일까?
어떤 책에 문명국은 야만인들을 개의치 않는다. 문명국이 국력이 강하면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인데 국력이 약해지면 야만인들로부터도 무시를 당한다고 해설하면서, 주라나의 국력이 미약해지자 동이 서융 남만 북적의 각 이민족들이 중원으로 들어와 집단 거주하며 자치지역을 형성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흉노열전을 읽어 보면 주나라는 결코 강대국이 아니었다. 주 문왕의 조상인 공류도 서융 지역에 300여년을 살다가 공격을 받고 쫓겨간 지역(기산)이 주나라의 발판이 되었고 춘추 전국시대를 거쳐 한나라가 성립되었을 때는 흉노가 거대한 제국을 형성할 시기였으므로 한나라 역시 건국후 효경제에 이르기까지는 강대국이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주나라가 건국되기 이전부터 중원지역은 한족과 개별 이민족들이 뒤섞여 살던 지역이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본다. 종족이나 부족단위로 살아가던 지역에서 한족이 한족 나름대로 정치철학이나 이념을 발전시켜 이민족들 사이에서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한나라 성립 이후 왜 개별 종족들의 개성들이 모두 사라지고 모두 한나라 사람을 자처하게 되었을까? 춘추시대만 하더라도 개별 이민족들이 周의 제후국들과 동맹을 맺기도 하면서 숱하게 등장하는데, 그것은 바로 전국시대로 대표되는 장기간의 내전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춘추시대부터 개별 제후국들에게 군사적으로 동맹을 맺기도 할 무렵에는 종족들의 개성이 어쩌면 유지가 될 수 있었겠지만 전국칠웅이라는 7개의 대표적인 나라들이 쟁패를 하는 기간에는 전쟁의 규모가 훨씬 커졌고 그에 따라 징집된 국가의 군복을 입고 깃발을 들고 중국 전역을 옮겨 다니면서 전쟁을 수행했을 것이다. 즉, 몇 백년에 걸치 이어지는 전쟁에 휘말려 개별 종족들의 개성은 점차 사라져버리고 어느덧 전국 칠웅 7개 나라 중 하나로 자신을 대표하게 된 것이다. 삼국연의에 보면 장비가 “연이 장비가 여기 있다~” 라면서 나서는 그런 상황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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