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합시다/먹거리

김천 숯 막걸리

참그놈 2021. 2. 5. 17:58

제가 살고 있는 도시는 김천이라는 곳입니다. 추풍령 바로 아래지요. 직지사가 있는...

믿거나 말거나지만 술이라는 말이 제겐 사전상의 의미로만 남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요즘은 그냥 소주도 먹고 막걸리도 먹고 그러지만, 제게 술이라는 말이 사전적인 의미로 되기 전에 저는 막걸리를 좋아했습니다. 살다보니 김천이라는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고 이사 와서 몇 년이 지난 후 어쩌다 김천 막걸리를 맛보게 되었습니다. 김천 막걸리를 맛보게 될 그 무렵에도 제게 술은 그냥 사전상의 의미 이상은 아니었던 시기이고 술을 거의 또는 전혀 먹지 않던 또 않으려고 하던 시기입니다.

 

김천에 이사왔더니 숯막걸리 라는 것이 보였고 그것이 김천 지역의 막걸리였나 봅니다. 저는 숯도 좋아하고 막걸리도 좋아합니다. 그러나 두 가지가 조합이 되었을 때... 제가 먹어본 막걸리 중에서는 맛이라는 관점에서는 그닥 좋은 평을 하기가 힘든 맛이었습니다. (이는 저 개인의 입맛이므로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겁니다) 당시 김천의 숯막걸리 병은 아래와 같았던 것 같습니다. 숯이 불순물을 걸러내는 것 아시지요? 그러나 너무 걸렀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청주와 달리 막걸리는 찌꺼기 맛(?)에 먹는 것인데, 숯이 싸그리 그 맛을 걷어버리는 바람에... 

 

 

요즘에는 숯막걸리라는 라벨을 붙인 막걸리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서 어느 때부터 나오는 김천의 막걸리입니다. 아래 사진과 달리 흰색 병도 있습니다. 마셔보면 예전 숯막걸리에서 느껴지던 맛이 느껴집니다. 어쩌면 아직도 숯으로 걸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숯막걸리보다는 먹기에 의아함(?)이 덜했지만 웬지 맹물에 밀가루를 타서 마시는 듯한 느낌도 없지 않습니다.

 

 

김천에 살면서 김천막걸리를 까기위해 이런 포스트를 쓰는 것은 아닙니다. 그 보다는 더 맛있는 막걸리가 나오기를 바라니까 쓰는 겁니다. 그래도 보통의 막걸리보다 김천의 막걸리가 합성감미료 맛이 덜 느껴진다는 면은 있습니다. 제가 요즘 막걸리 사면서 경주 법주에서 나오는 막걸리를 주로 삽니다. 달아서 사실은 제가 좋아하는 맛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경주법주 막걸리를 사는 것은 합성감미료 맛에 받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외가에 맡겨진 시절이 있습니다.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어머니가 저를 외가에 맡기신 것이지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외삼촌들 모두 논이나 밭으로 일 나가시면, 친구랑 둘이서 여기저기 다니며 놀다가 할머니가 담가놓으신 술독을 열고 막걸리를 퍼 먹은 후 잠든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그 때 몇 살이였나면 5살이었습니다. ㅋㅋㅋ 친구랑 둘이서 저 키보다 큰(?) 막걸리 항아리를 열었던 기억이 지금도 납니다. 50년이 다 되어가지만 당시 기억으로(?) 참 맛있었습니다. 아직까지 외할머니 담그셨던 그 막걸리 맛보다 더 맛있는 막걸리를 먹어보지 못하였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지역 마트에서 막걸리 종류는 다 사서 마셔보았습니다. 하지만, 하나같이 합성감미료에 받쳐 요즘은 거의 구입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구입하는 것은 경주법주 막걸리인데 사실 경주법주 막걸리는 지역 막걸리는 아니지요. 어쩌면 외할머니께서 담그신 막걸리를 아직까지 기억하는 것은 술도가에서 담은 것이 아니라 할머니께서 직접 담그셨고 그런 까닭으로 합성감미료가 없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생각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