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는 부침을 많이 겪어서인지 역사문헌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적거나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구려 백제 신라는 각각 유기, 신집, 서기, 국사 등을 기록했다고 하고 고려에도 고려왕조실록이 있었다고 하는데 아무 것도 전하지 않고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만 전합니다. 고려사에 관해서는 고려사와 고려사절요만 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조선 태종 임금님은 70여 나라에서 조공을 받았다는 기록을 보고 황당한 말이라면서 신지비사를 태우기도 하고 세조임금님 때에도 정상에서 벗어난 것들을 모두 수거하여 태우라는 수서령을 내립니다. 세조 임금님 다음인 예종이나 성종조에도 수서령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상에서 벗어난 것들이란 유교 철학에서 벗어난 것을 말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조선은 유교를 중심으로 운영되었으니까요. 그리고 수서령으로 거두어들인 책들이 단지 역사책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도교에 관한 서적이나 기타 신앙에 관한 것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반면, 삼국사기 고구려본기를 읽어보시면 연개소문이 유교와 불교는 있는데 도교는 없다면서 도교를 들여와야 한다고 말하는 기사가 있습니다. 그리하여 노자 도덕경 등을 당나라로부터 받아들이고 불교 사원 하나를 도교 사원으로 쓰게 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리고 고려도 불교를 통해 고려의 통합을 추진하긴 했지만 불교를 국교처럼 생각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압니다. 팔관회라는 것이 어릴 때는 불교행사였다고 배웠지만 정확하게는 불교행사가 아니라고 하더군요. 그런 것을 보면 고구려나 고려에서는 요즘 기준으로 신앙의 자유? 또는 철학이나 사유의 자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조선이 개국하면서 상황이 뒤바뀌는데 숭유억불이라 해서 불교사원들이 대부분 산으로 옮겨가게 되고 도교 사상은 있었는지 없었는지 흔적이 묘하고 오로지 성리학만을 추종하여 조선 중기 이후에는 사문난적(斯門亂賊)이라는 말까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문난적으로 몰려 죽임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의외로 조선왕조는 철저한 사상통제를 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사상통제의 시작이 곧 수서령은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지요. 즉, 조선시대의 수서령은 사상통제이기도 하고 종교탄압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상통제가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그것은 역사분야를 말합니다.
가령, 환단고기나 규원사화 등 단군이나 고조선을 언급하는 문헌들은 어떻게든 위서라고 평가하는 것입니다. 일본이 조선을 강제병합하면서 한민족의 역사를 지우는 작업을 지독히 열심히 추진했는데, 일본이 특히 주목해서 삭제한 것은 한민족의 개국(開國)에 관한 역사가 들어있으면 무조건 발행금지를 했다고 하더군요. 대표적으로 삼국유사 어떤 판본에는 昔有桓國 이라는 부분을 昔有桓因으로 고쳤다는 비판이 있기도 합니다. 즉, 昔有桓國을 昔有桓因으로 고치거나 발행을 못하게 함으로써 어떻게든 고대에 개국(開國)에 관한 내용이 있으면 무조건 탄압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하여 현재 우리의 역사에는 첫단추가 없어져버린... 희안한 상황이 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첫단추가 없어져 버렸으니 삼국사기 초기기록 불신론이니 하는 개소리도 다 있고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나중에는 삼국사기 불신론으로까지 발전하기도 합니다. 더개소리지요. 삼국사기 초기기록 불신론은 일본인 학자가 주장한 것인데, 사실 일본서기가 세계적으로 불신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나 중국에서 전하는 역사서와 년대가 일치하지 않는 기사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상황을 만만하니까 우리나라에도 뒤집어 씌운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후쿠시마 농수산물을 23개국에서 수입금지했는데 우리나라에만 수입 개방하라며 WTO에 제소하고 그랬잖아요.
뭐 이런 내용을 쓴다고 해서 또 환단고기나 규원사화 또는 조선상고사 등등을 읽으라거나 하는 그런 말은 아닙니다. 어떤 책을 읽고 안읽고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선택 문제이지 저 따위가 뭐라고 환단고기를 읽어야 한다면서 나불대겠습니까. 예수천국 불신지옥 뭐 그런 말이나 마찬가지지요. ㅎ 다만, 혹시나 환단고기나 규원사화, 또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조선상고사 등 여러 저작들을 소위 역사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위서다 또는 또라이가 지은 책이다 라면서 보면 안된다고 평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전문가들의 평가를 듣고 애써 외면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럴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어느 저명한 학자가 단재 신채호는 넉자로 하면 정신병자 석자로 하면 또라이 라고 했답니다. 정신병자 또라이 소리를 듣더라도 그런 기억력과 분석력, 주의력 등이 한 번쯤 있어나 봤으면 좋겠네... ㅡ,.ㅡ)
조선상고사가 뤼순 감옥에서 단재 신채호 선생 자신이 과거에 읽은 책들을 오로지 기억력에만 의존해서 지으신 것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조선상고사(원제: 조선사)는 보통 책이 아닙니다. 요즘처럼 컴퓨터가 있어서 역사문헌들이 디지털화 되어 있던 시절이 아니라는 것을 감안하면 거의 신품(神品)이라고 할 수 있는 저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단재 신채호 선생을 비판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우리의 고대사는 왜곡되어서 그렇지 실제로는 중원 대륙이 우리 역사의 주무대였다면서, 그런데 단재 신채호 선생이 우리의 역사를 만주와 한반도로 가두어 버렸다면서 그렇게 비판하는 분도 계시더군요.
조지 오웰이 1984 라는 소설을 썼습니다. 빅브라더가 통제하는 사회를 그렸지요. 소설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개연성을 진작에 선견지명이 있어서 그런 작품을 쓰게 되었는지는 모르겠기는 합니다만, 그 통제의 시작이 역사왜곡과 조작을 기반으로 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듭니다. 1984가 그리는 것은 감시를 통한 통제지만 개개인을 감시한다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일 아니겠어요. 하지만 역사를 모르게 한다면, 게다가 왜곡과 조작 날조를 더한다면... 사맹화(史盲化)에 대해서 이덕일 박사 영상을 보시면 비판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가 매우 묘해서 현재 역사학계의 추세대로라면 한반도를 일본이 장악한 것이나 진배가 없는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역사교육 과정이 조선총독부가 지은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잖아요. 요즘 가야사 문제로 남부지방이 시끌시끌 하다고 하지요? 게다가 가야 특별전 전시회 하면서 일본서기에 나오는 지명으로 전시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일본이 참 대담한 짓을 하기는 했는데... 어쨌거나 가 보십시다. ㅋ
'글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지도와 문헌으로 확인하는 낙랑군 (0) | 2021.11.08 |
---|---|
기자를 조선에 봉했다 (0) | 2021.11.08 |
숙신 읍루 물길 말갈 여진 만주족 (0) | 2021.11.07 |
가야 고분군 세계문화유산 등재 토론회 (0) | 2021.11.02 |
가야사 논쟁을 비밀리에 개최한다 (0) | 2021.1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