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총균쇠, 노트 7 : 신석기 혁명

참그놈 2022. 5. 3. 14:22

고등학교 다닐 때인지 세계사 교과서에서 인류가 발전하게 되는 큰 동인(動因)들이 있다고 배웁니다. 그 중 하나가 불의 사용과 산업혁명이지만 그 보다 앞서 신석기 혁명이라는 것도 배웁니다. 신석기 혁명은 다른 것이 아니라 유랑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정주생활로 전환한 것을 말합니다. 어릴 때이므로 그런가? 했습니다. 현대 산업이 발달하기 시작한 시절에 태어나 농사를 지어본 적도 없고, 그렇다고 신석기 혁명 이전의 유랑민들처럼 먹을 것을 찾아 산기슭을 헤매다니거나 한 적도 없고 사냥은 더더욱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즉, 실감하거나 체감하지 못했지요. 저 보다 나이가 몇 살 많은 형님들은 보릿고개도 겪었을 수 있는데 저는 보릿고개도 겪어 본 적이 없습니다. 감꽃이 필 무렵 먹을 수 있는 양식이 거의 다 떨어져 종자로 쓸 것들만 남아 나라 전체에 먹을 것이 동나는 시기를 보릿고개라고 한답니다. 그 무렵이 되면 진달래도 따 먹고 송기떡(소나무 꽃?)을 먹거나 아카시아, 찔레꽃 등을 먹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다음 날 변비에 걸리거나 붉은 똥을 싸기도 했다더라고요. 한 마디로 천지분간 모른 채 살아왔고 지금도 아는 것이 없습니다.

 

총균쇠 7장까지를 읽고 지금 8장을 읽고 있는데, 8장 어느 부분을 읽다가 신석기 혁명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산업화 된 시절에 태어나 농사짓는 모습을 겉에서만 봤기 때문에 농사가 어떤 것인지 전혀 모르고 있다가 살면서 이런 저런 노동을 해 보기도 하면서 농사가 간단한 것이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은 해 봤지만, 정작 총균쇠를 읽으면서 농사법이 없던 시절에는...? 하는 그런 생각이 든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신석기 혁명이라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었겠구나! 라는 그리하여 살면서 느낀 간단한 것이 아닌데서 아주 약간 더 실감하게 되었다고 할까요. 

 

 

저는 어느 때부터 농사를 지을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꽤 오래 됩니다. 하지만 주로 도시에서 살았고 10년 이상을 몹시 아프기도 했습니다. 결국 농사는 짓지 못합니다. 농사를 지을 줄 알고 지어봤다면 총균쇠의 내용을 보다 더 잘 이해하고 실감할 수 있었을까요? 심정적으로는 그럴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뭐 이런 말을 한다고 해서 총균쇠 라는 책이 말하는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농사를 지으라는 그런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총균쇠가 전하는 내용을 이해의 차원이 넘어 실감하고 싶다면 최소 한 10여년은 농사를 지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추가 1

식물의 종류가 워낙 많은데 현대에도 작물화 되지 않은 식물이 많다고 합니다. 그 중 고고학적 유적 발굴로 인해 고대인들이 갖가지 식물을 작물화 하려고 노력했다는 내용들이 나오는데, P219에 "작물화에 적합한 쓸모 있는 야생 식물종을 재배하지 않고 빠뜨렸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신석기 혁명은 그렇게나 장구한 세월에 걸쳐 적지 않은 야생식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거쳐 이루어졌다는 것인데, 반면, 한의학 관련 드라마나 일화 등에서 약으로 쓸 수 없는 풀을 찾아오라고 제자에게 시키는 일이 있습니다. 제자가 약으로 쓸 수 없는 풀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 제자는 하산을 해도 좋다는 말을 듣는데,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와 약으로 쓸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또 다른 것인지... 약식동원(藥食同原)이라고 하지 않습니까.